[취재파일] 살짝 긁혔을 때 "범퍼 '통째로 교체' 금지"…"앞 뒷문은 가능?"

“교체율 높은 범퍼부터 시행. 앞문, 뒷문, 보닛 등 다른 부분은 추가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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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과 만난 회사원 김 모 씨는 “살짝 부딪혀본 적 있으십니까?”라는 말에 격앙된 목소리로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서울 양천구의 한 대로에서 골목길로 갑자기 들어가기 위해 멈춰선 앞 차를 뒤에서 살짝 들이받았던 얘기였습니다.

● “살짝 긁혔는데, 범퍼를 통째로 바꾸더라고요”

다음은 김 씨의 얘기입니다. “차가 막혀서 큰 길을 천천히 가고 있는데, 골목길로 들어가려는지 앞차가 갑자기 딱 서더라고요. 그래서 툭 부딪혔죠. 얼른 내려서 앞에 탄 남녀에게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지금은 괜찮다면서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명함을 받아갔습니다” 김씨는“범퍼를 자세히 봤는데 거의 안 보이는 수준의 아주 작은 흔적만 있었어요. 찌그러지지는 않았고요. 자세히 봤어요”라고 회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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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 씨는 며칠 뒤 보험사에서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저쪽에서 범퍼 교체를 원합니다.” 는 내용이었습니다. 보험사 직원도 “거의 상처가 없는데, 저쪽에서 바꾸겠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답을 했다고 합니다. 앞 차에 있던 두 남녀는 “몸이 좋지 않다”면서 입원도 했고, 결국 김 씨의 보험료는 범퍼 교체에 입원비까지 합쳐서 20만 원이나 올랐습니다.

● 車 수리업체 “멀쩡해도 바꿔 달라고 하는데 어쩝니까”

규모가 큰  자동차 수리 업체는 범퍼를 직접 도장하고 수리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있습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서울 강남의 한 수리 업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입차 수리로는 제법 알려진 업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리보다는 교체를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했습니다. 이 업체의 한 직원은 “아주 경미한 사고로 살짝 흠집만 생겨도 전부 다 바꿔주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수리 업체 직원은 “고객들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돈이 아니고, 상대방의 보험료에서 나가기 때문에 “아예 싹 바꾸겠다”는 쪽이 많은 것 같다는 설명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살짝 상처만 있고 멀쩡해 보이는 범퍼들이 쌓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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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 “이젠 수리해서 쓰세요”

이젠 살짝 부딪혀서 ‘상처’만 난 경우에는 통째로 범퍼를 교체할 수 없습니다. 지난 1일자로 새로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거나 기존 보험을 갱신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살짝 긁힐 경우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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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 코팅막만 벗겨진 1단계 △색깔 칠해 놓은 페인트까지 벗겨진 2단계 △범퍼 재질까지 살짝 벗겨진 3단계에서는 범퍼를 교체할 수 없고, 수리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보험 표준 약관을 바꿨다고 밝혔습니다. 외형적으로 복원이 가능한 데다가, 특히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물론 그래도 통째로 바꾸고 싶으면 자신의 돈을 내고 바꾸면 됩니다. 보험에서는 기본적인 수리비 밖에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그 차액 만큼 내면 됩니다.

● 보험사, 금융 당국 “보험료 인상 요인 줄어들 듯”

자동차의 비싼 부품 교체비가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금융감독원 권순찬 부원장보 역시 이 정책을 발표하면서 “장기적으로 전체 자동차 운전자의 자동차 보험료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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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국산차인 쏘나타의 경우 36만 원 들던 범퍼 교체 비용이, 수리를 해서 사용할 경우 28만 원까지 떨어집니다. 국산차의 경우, 일부 ‘유별난 차종’을 제외하고는, 대개 20%~30% 정도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특히 수입차의 경우 비싼 부품 가격 때문에 대표적인 보험료 인상 요인이 꼽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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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BMW525의 경우 범퍼 교체에 162만 원이 들지만, 수리해서 사용할 경우 46만 원이면 가능합니다. 벤츠 E300의 경우에는 152만 원의 범퍼 교체 비용이 수리를 할 경우 62만 원이면 가능합니다. 전체적으로 자동차 보험에서 나가는 수리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겁니다.

● “살짝 상처 난 문은 통째로 바꿔도 되나”

일단 이번 조치는 범퍼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범퍼가 가장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 당국의 설명인데요. 문이나 보닛 등 다른 부품도 기준을 마련해 ‘통째로 교체’를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앞, 뒷문 교체 기준도 서둘러 마련해야 될 것 같습니다.  한 보험 회사에 의뢰해 앞 문 교체와 수리 가격을 알아봤습니다. BMW520의 앞문 교체 비용은 206만 원, 수리 비용은 93만 원입니다. 벤츠 E350의 경우에는 교체 비용이 221만 원, 수리비가 80만 원 수준입니다.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보험료 산정에 제법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금융 당국은 이런 보완 조치를 서두르는 동시에 보험사의 보험료 산정 기준에 대한 사후 감시도 강화해야 합니다. 이렇게 줄인 비용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모두 보험사들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매년 오르는 보험료에 지쳤지만, 반드시 들어야 하는 자동차 보험의 특성상 ‘보험사의 가격 횡포’를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습니다. 기왕 금융감독원이 ‘보험료 부담 줄이기’를 이번 조치의 명분으로 내걸었다면, 그 효과를 국민들이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사후 관리도 철저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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