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비자도 멍든다…"당장 지갑 얇아져"

유럽내 휴대전화 로밍요금 할인·저가항공·저가진료서 배제 파운드화 급락으로 휘발유·수입상품 가격↑…전력난 위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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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여파로 영국 소비자들이 통신과 차량 연료, 수입상품, 해외여행, 전기요금 같은 다양한 부문에서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내년부터 유럽 대륙을 여행하는 영국인들은 휴대전화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더 많은 요금을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유럽연합(EU)이 내년 6월에 역내 로밍 비용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인은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운드화가치가 유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휘발유 가격도 올라갈 수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국민투표가 실시된 23일 이후 7% 이상 떨어졌지만, 파운드화가 더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파운드화를 기준으로 한 브렌트유 가격은 오히려 5% 오른 상태다.

영국의 운전자들은 지난 2년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50달러 미만으로 반 토막이 나면서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국제유가는 올해 1월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13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뒤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파운드값이 앞으로 더욱 떨어진다면 연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파운드값의 하락은 수입상품의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에서 상품을 수입하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환율 변동의 부담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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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들은 다수의 유통업체가 수개월 분의 외화 수요에 대해 헤지(위험회피)거래를 걸어둔 상태여서 당장 가격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은 이 기간이 지나면 가격을 올려 고객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게 하거나 판매 마진을 낮추는 것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할 처지다.

애널리스트들은 파운드화 약세의 영향이 고가 소비제품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통증권의 토시 시렛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은 대화면·고화질TV와 같은 제품에 대해 훨씬 더 가격에 민감해질 것"이라며 "양말이나 점퍼를 판다면 그리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영국인들은 브렉시트 결정 전에는 300파운드를 450달러로 바꿀 수 있었지만 27일 현재는 겨우 395달러를 손에 쥘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파운드화 가치의 하락을 이유로 단기적으로는 영국인들의 해외여행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저렴한 항공권도 사라질지 모른다.

EU 단일항공시장은 역내를 취항하는 항공사들에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고 그 덕분에 이지젯과 같은 저가항공사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

영국이 EU 측과 재협상을 마칠 때까지는 이런 혜택이 중단될 위험이 있다.

대륙에 머무는 영국인들이 무료 혹은 저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유럽건강보험카드(EHIC)의 장래도 불투명하다.

영국이 서둘러 재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영국인들은 더 높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의 충격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하락한다면 영국의 전기요금은 내릴 듯하다.

EU 탈퇴가 이뤄진 만큼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한 부가세도 영국 스스로 낮출 수 있게 됐다.

브렉시트를 지지한 진영에서는 부가세를 인하할 경우, 가정의 평균 전기요금을 연간 60파운드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영국이 2020년까지 발전량의 30%를 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는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영국의 국내 발전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유럽투자은행과 유럽전략투자펀드 등에서 조달하는 것은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힝클리 포인트 원전 건설 사업의 장래가 불투명해지면 향후 전력난이 초래될 리스크도 없지 않다.

FT는 영국이 유럽에너지시장에서 축출될 위험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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