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16일은 대한체육회 운명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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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가 오는 16일 오전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이사회를 개최합니다. 수영스타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가로막고 있는 현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6항>을 폐지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존치할 것인지를 최종 결정하는 자리이어서 국내 체육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에게 징계 만료 이후에도 '이중 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이미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지난 2011년 <올림픽 헌장>과 <세계 반도핑 규약>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체육회 정관은 반드시 <올림픽 헌장>을 준수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2조3항>은 "대한체육회 정관과 올림픽 헌장이 상이한 경우, 즉 서로 다를 경우에는 올림픽 헌장이 우선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제2조5항>에는 "체육회는 올림픽 헌장에 따른  세계 반도핑 규약(World Anti-Doping Code)을 준수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정관의 영문 번역본에는 "Must adopt, implement and comply"로 돼 있습니다. '반드시 세계 반도핑 규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5월24일 취재파일 '박태환 관련 규정은 올림픽 헌장 위반' 참조)

만약 대한체육회가 16일 이사회에서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5조6항>을 바꾸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이는 <올림픽 헌장>과 <세계 반도핑 규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을 국제 스포츠계에 공언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이 스스로 만든 정관도 준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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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가 끝까지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CAS는 박태환의 항소를 받아들여 본격적인 심리를 개시할 가능성이 큽니다. CAS는 자신들이 이미 내린 기존 판례가 있기 때문에 박태환의 손을 들어줄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한국 도핑방지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규정이 워낙 명백한 이중 처벌이기 때문에 CAS가 다른 판단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박태환이 승소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고 밝혔습니다.

박태환이 승소할 경우 대한체육회는 3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첫째: CAS의 결정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둘째: CAS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것입니다. 셋째: 여러 이유를 핑계로 시간을 계속 끌며 리우올림픽 출전 명단 마감 시한인 7월18일을 넘겨버리는 것입니다. 

대한체육회가 CAS의 결정을 수용할 경우 이는 곧 패소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되면 대한체육회가 박태환 측의 소송 비용까지 모두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합니다. 그 비용은 약 1억 원이 넘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또 현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 <올림픽 헌장>과 <세계 반도핑 규약>을 위반했다는 점이 만천하에 알려집니다. 

CAS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으면 문제는 더 커집니다. 국내 스포츠계는 그동안 여러 차례 우리 선수들이 억울한 일을 당할 때마다 CAS에 항소했습니다. 만약 이번에 CAS의 결정에 불복하면 이는 CAS는 물론 사실상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권위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한국 선수가 불이익을 받을 때 CAS에 항소할 명분이 없어집니다.

대한체육회가 취할 수 있는 세 번째 선택은 CAS의 결정을 수용도 하지 않고 거부도 하지 않은 가운데 각종 핑계로 시간을 끌면서 결국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좌절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처사는 치졸한 '꼼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연간 4천억 원의 예산을 쓰는 공공 기관이 해서는 안 되는 행태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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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대한체육회는 지난 4월 5일 구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하나로 통합돼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통합 대한체육회의 첫 작품이 국제 규정 무시도 모자라 자신들이 만든 정관마저 지키지 않으면서까지  한국이 낳은 수영스타의 올림픽 출전을 막는 것이 돼서는 안 됩니다.

태릉선수촌장을 역임했던 이에리사 전 새누리당 의원은 "대한체육회가 박태환 선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막을 그 어떠한 명분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16일은 통합 대한체육회의 운명이 걸린 날입니다. 가장 현명한 결단은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6항>을 바로 이날 폐지하는 것입니다. 도핑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에게 '이중 처벌'을 가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사실상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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