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87년 6월항쟁의 대표적 구호였죠. '호헌철폐, 독재타도'. 대통령 간선제인 5공화국 헌법을 철폐하고 직선제로 개헌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결국 6.29 선언을 통해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그 전에는 개헌 요구가 끓어오르자 미국 대통령에게 헌법 유지를 지지해 달라고 부탁했다가 퇴짜를 맞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태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85년 2월, 12대 총선에서 야당인 신민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개헌 요구가 터져 나왔습니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같은 해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레이건 대통령이 헌법 수호 즉 호헌을 확고하게 지지하는 성명을 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외무부 장관이 정상회담 전날까지 매달렸지만, 미국 정부는 "한국의 국내 정치에 간섭한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습니다.
이 사실은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 문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당시 미국에 망명해 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2월 총선 직전에 귀국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한·미 정부가 각각 재수감과 사면을 언급하며 귀국 시기를 협의했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그즈음 외무부 참사관으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연수 중이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김 전 대통령의 안전 귀국 보장을 요구하는 미국 인사들의 동향을 대사관에 보고한 사실도 공개됐습니다.
(영상편집 : 염석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