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끝났지만…4년째 묵은 감정 못 푸는 박덕흠·이재한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선거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새누리당 박덕흠 당선인은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을 '반쪽짜리'였다고 자평한다.

혈투 끝에 금배지를 다는 데는 성공했지만, 억울하게 공직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려 2년 가까이 법정을 오가면서 허송세월했다는 뜻이다.

박 당선인은 그 배후에 상대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한 후보 측이 관여됐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 후보 측에서 집요하게 자신의 허물을 들추고 이런저런 문제를 얽어매 공격하는 바람에 수렁에 빠졌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4년 뒤 20대 총선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맞붙었다 .

4명이 함께 경쟁했던 19대 총선과 달리 이번에는 몸을 피할 곳조차 없는 1대 1 맞대결이었다.

전투가 치열했던 만큼 선거판에는 어김없이 서로를 헐뜯는 흑색선전이 등장했고, 상대를 향한 날 선 공격의 수위도 점차 높아졌다.

이 후보의 부친이면서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의 이용희 전 의원이 아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박 당선인에게 퍼부었다는 독설은 두 사람의 감정싸움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됐다.

당시 그는 박 당선인을 향해 "무식하고 불쌍한 사람이다. 19대 때 헬리콥터로 돈을 쏟아붓다가 친형 등 9명이 구속됐다. 그러고도 잘났다고 까분다"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그러고는 얼마 뒤 괴산 노인복지관에서 이 후보 부인이 박 당선인한테 폭행당했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이 후보 측이 박 당선인을 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이 문제는 단숨에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한 박 당선인이 상대의 주장이 거짓이고, 모함임을 입증하겠다며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까지 공개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 후보 측은 유세나 SNS 등을 통해 폭행 주장을 이어갔고, 상대의 인격까지 들추면서 물고 늘어졌다.

집요한 공세를 받던 박 당선인이 선거 막판 상대를 무고와 허위사실 공표, 후보자 비방 등의 혐의로 맞고소하면서 수사기관이 나서 진실을 가리게 했다.

선거판에서는 의레 격한 감정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또 아무리 치열한 싸움이라도 일단 승부가 나면 상대를 용서하고 포용하는 모습도 흔하다.

그러나 박 당선인은 승자의 자리에 오른 뒤에도 상대의 폭행 주장을 언급하면서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 문제만큼은 반드시 옳고 그름을 가리겠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4년 전 생채기에 이어 또다시 생긴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고 어두운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고향 선후배지만 2차례 선거 난타전을 벌였던 두 사람에게 '해피앤딩'하는 선거문화는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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