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감정 없는 인공지능, 10년 내 인류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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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이 알파고처럼 감정이 없었더라면 불계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끝까지 승부수를 찾아낼 수도 있었다."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메실랏 시온의 자택에서 유발 노아 하라리(40)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한판 승부를 두고 인류와 인공 지능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이같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하라리 교수는 인류 진화 관점에서 역사를 풀어쓴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의 저자로, 인간 존재와 방향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며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2시간 가까이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세돌이 이번 전체 대국에서 이길 지 패할 지 알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세돌 9단이 끝내 이긴다 해도 인공 지능은 5∼10년 내로 인류를 앞서게 될 것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인류가 지게 돼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대국은 머잖은 미래에 인간 감정이 감정 없는 인공 지능에 휘둘리게 될 것을 시사한다"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수의 컴퓨터 공학자들이 인공 지능과 인공 감정을 착각하고 있다"며 첫 판에서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가 이번 승리에도 인간처럼 기뻐하지 않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인공 지능에 감정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동시에 감정 없는 컴퓨터가 인간 감정을 충분히 조종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승부를 통해 본 그의 견해이다.

그는 알파고에게도 판세를 읽고 불계패를 인정하는 능력이 있다는 기자의 설명에 "인간은 감정적 판단으로 불계패를 던질 수도 있다"며 "인공 지능은 감정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경우의 수 분석에 따라 패배를 인정할 뿐"이라고 그 차이를 설명했다.

불계패는 승패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 억지로 바둑 경기를 마치지 않고 돌을 던지는 것으로 이날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불계패했다.

하라리 교수는 또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 외에도 과학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화두에 관한 자신의 입장도 밝혔다.

그는 우선적으로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새로운 세대에 무엇을 교육할 지 국가들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그는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대규모 IT 기업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이 인간 자신보다 인간을 더 잘 파악하고 분석해 "마치 부모처럼 직업이나 배우자 선택에도 참견하게 될 것"이라며 "인간은 이러한 발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서 사피엔스에 밝힌대로 그는 "그간 인류는 인지·농업·과학 혁명을 이미 겪었지만 인간 그 자체에 대한 변화는 아직 겪지 않았다"며 "앞으로 인간은 50년∼100년내 마음, 뇌, 신체가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9월에 사피엔스 후속작으로 과학 발전에 따라 무용해진 미래 인류 위기에 대한 의제를 담은 영문판 저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국문판 번역은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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