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동전' 2020년까지 사라진다…현금 없는 대한민국 '성큼'

10대 전자용돈, 60대 체크카드 이용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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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회사원들의 지갑에서 현금을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회사원 엄지애씨는 “출근할 때 버스비를 카드로 지불할 수 있고, 출근해서 커피를 사 먹거나 점심을 사 먹거나, 쇼핑할 때도 카드로 거의 지불하기 때문에 따로 현금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현금 없는 사회’를 앞두고 이미 ‘현금 없는 지갑’이 흔해지고 있는 겁니다.

● "그래도 지갑엔 현금이 두둑해야…"

“지갑에 현금이 두둑해야 자신감이 있지”라고 말씀하시는 분, 아직 있습니다. “카드 안 받는 곳에 가면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걱정하는 분도 아직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 직장인들 가운데는 “지갑에 현금 없으면 불안하지 않느냐”는 기성세대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 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회사원 하영진씨는 “예전에는 현금을 원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현금을 냈는데, 이제는 허름한 곳에 가도 다 카드로 결제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불편이 없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하씨는 “지갑에 현금이 없을 때가 아니라, 통장에 돈이 없으면 불안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만약 이 젊은이들이 ‘카드 결제기가 없어서 현금만 건네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까. 건국대 앞에서 피자를 파는 한 푸드트럭. 카드 결제기가 없지만, 현금 없는 젊은 학생이나 직장인들도 피자를 한 판씩 손에 들고 사라집니다.

휴대전화를 꺼내 그 자리에서 바로 푸드트럭 사장님 계좌로 피자 요금을 이체하는 겁니다. ‘현금 없는 지갑’만 들고 다녀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겁니다. 이미 우리 나라에서 상거래를 할때 전체 결제의 70.2%가 카드로 이뤄집니다.  현금 결제는 17%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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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언제부터 이런 ‘현금 없는 지갑’이 흔해졌을까. 지갑에 카드만 들고 다니는 회사원 하영진씨는 택시나 버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신용카드를 쓰게 된 시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동전 거스름돈이 불편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면서 “신용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됐을 때부터 지폐가 지갑 속에서 사라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편의점에서 소액결제를 할 때도 부담 없이 카드를 내밀게 됐을 때” “허름한 곳에서도 모두 카드 결제를 하게 됐을 때”를 ‘현금 없는 지갑’의 시작점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년 전인 2004년까지만 해도 현금 결제 비중이 50%를 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지금은 현금 결제 비중이 10년 전의 1/3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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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카드 없는 10대', '현금 선호하는 60대'도 바뀐다

흔히 ‘현금 쓰이는 곳’ 하면 쉽게 떠오르는 곳이 전통시장입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 상인은 “중년 이상의 분들 같은 경우에는 현금을 많이 사용하시고, 젊은 층은 카드를 많이 쓴다”고 말합니다. 물론 어느 시장이냐, 얼마나 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취재진이 만난 상인은 “카드 결제가 20~30%, 주말은 40% 정도”라고 말합니다.

그는 “절반 이상 손님은 현금을 쓴다. 전통시장에 대한 인식 자체가 그런 것 같다. 카드 내시는 분들이 오히려 미안해 해서 부담 갖지 말고 카드를 쓰라고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카드를 내면 싫어하는 경우가 여전히, 그리고 분명히 있지만, 조금씩은 바뀌는 모양입니다.

연령별로 보면 10대와 60대 이상의 현금 사용 비중이 높습니다. 10대의 경우 신용카드 발급이 안되니까 너무도 당연한 얘기일 수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어린 학생들에게 신용카드를 맡긴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현금으로 용돈을 줘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이마저도 바뀌고 있습니다. 학교 주변 편의점에서는 현금 대신 T머니 카드를 내고 간식을 사먹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현금 대신 10대 학생들에게 T머니로 용돈을 주는 겁니다. ‘전자용돈’인셈인데,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 학부모는 “맞벌이라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가 많은데 필요할 때마다 충전해줄 수 있고, 어디에 쓰는지도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버스, 지하철 등 교통요금을 제외한 T머니 ‘유통’결제 요금은 최근 4년 동안 2배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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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사용 비중이 높았던 중장년층도 마찬가집니다. 한 대형카드회사의 체크카드 사용 건수를 들여다 봤더니 50대나 60대의 사용 건수가 최근 5년 동안 4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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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동전부터 사라집니다"…'현금 없는 사회' 추진키로

한국은행은 이런 추세를 몰아 ‘현금 없는 사회’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폐까지 전부 없어지는 ‘현금 없는 사회’는 2020년 즈음의 상황을 봐서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김정혁 팀장은 “2020년까지 동전을 줄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그 이후에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비책을 연구한 뒤 그 이후에 현금없는 사회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관련기관, 연구기관들이 TF를 짜서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모든 것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현금이 사라지면, 일단 화폐 발행과 보관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금융거래도 투명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구용욱 이사는 “지하 경제 수요를 어느 정도 위축시킬 수 있는데, 세원 확보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또 “전체 거래를 정부가 다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썼을 때 그 흐름 자체가 말단까지 어떻게 퍼져나가느냐를 체크한 뒤 효과적인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금융거래 정보의 유출을 막는 전산망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선결 과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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