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도 '침낭 노숙 소녀상지킴이에 방한텐트' 불허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핫팩을 양 발바닥에 두 개, 양쪽 다리에 두 개, 가슴에 두세 개, 목 뒤에 하나씩 붙이고 자거든요? 근데 새벽 5시쯤 되면 핫팩 자체가 얼어요. 그러다 덜덜 떨면서 깨는 거죠."

함박눈이 그친 28일 밤 9시.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맞은 편에서 여섯 번째 노숙을 준비하던 송종원(23·중앙대 경영학과)씨는 "오늘은 그나마 덜 춥다"고 말했다.

수은주는 영하 1도를 가리켰다. 새벽 6시가 되면 기온은 영하 5도까지 내려간다. 체감온도는 영하 10도까지 곤두박질 친다.

송씨 등 대학생 14명은 위안부 소녀상 옆 인도에 깔린 가로 5m·세로 2m 매트 위에 빽빽이 모여앉아 있었다.

일본이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는 말에 시작된 '소녀상 지킴이' 노숙농성 61일째 밤이다.

담요로 하반신을 덮었지만, 벽도 지붕도 없어 추위에 그대로 노출됐다.

함께 앉은 지 20분이 지나자 발을 시렵게 하던 바닥 한기가 허리를 타고 올라 뒷목까지 으슬으슬했다.

"저번 달에는 영하 18도까지 내려갔어요. 그땐 무슨 일 생길까 봐 구급차가 와서 밤새 대기하더라고요." 송씨는 매서운 바람이 가장 견디기 어렵다며 천막이라도 있으면 나을 거라 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29일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인권위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킴이들의 텐트 사용을 허용해달라"며 낸 긴급구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고 영역

인권위 고위 관계자는 "조사 결과 지킴이들의 생명권이 위협받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실무선에서 결론냈다"고 말했다.

애초 지킴이들은 농성 시작 직후 현장에 천막을 반입했지만, 경찰은 '불법 시위용품'이라며 회수했다.

시민들이 텐트를 보내줬지만 경찰은 '도로에 고정된 시설을 설치하면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며 불허했다.

서울변회는 이달 3일 "지킴이들의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인권위가 경찰에 텐트반입 허용을 권고해달라는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긴급구제란 방치하기 어려운 인권침해 상황에 인권위가 즉각 내리는 시정권고 조치다.

그러나 인권위는 신청 내용이 긴급구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혹한기가 지났고, 지킴이 일부가 전기장판을 쓰거나 비닐을 덮고 자는 등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다.

인권위 측은 "경찰이 소녀상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천막을 쳐도 된다고 했지만 지킴이들이 거부한 점, 경찰이 소녀상 인근에 몸을 녹일 장소로 미니버스를 제공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지킴이들은 인권위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 지킴이는 "미니버스가 우리를 위한 거란 얘기는 처음 들었다"며 "아무도 그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인권위는 이 사안을 긴급구제가 아닌 일반 진정 사건으로 전환해 계속 조사키로 했다.

일반 사건은 접수 90일 안에 결론이 나야 하지만 상당수가 기한을 넘긴다.

방한텐트 문제도 날씨가 풀린 후 결정될 공산이 크다.

실효성은 없는 셈이다.

지킴이는 3월 1일로 노숙농성을 공식 종료한다.

대부분 대학생인 이들이 개강을 앞두고 있어서다.

농성장엔 일부 학생만 남는다.

농성 주최측 관계자는 "학교로 돌아가도 학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은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댓글
댓글 표시하기
한일 역사 갈등
기사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