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왜 같이 못 나왔지…내가 대신 나온 기분"


동영상 표시하기

[SBS 스페셜] 졸업 - 학교를 떠날 수 없는 아이들

2014년, 대한민국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 그 해 일어난 '세월호' 사고의 영향이었다. 배우 여진구 또한 그 해 수학여행에 가지 못했던 학생 중 한 명이다. 여진구는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사고로 인해 희생됐음에 함께 울고 아파했다. 

600일, 햇수로 2년이 흐른 지금, 단원고 생존 학생들도 여진구도 졸업을 맞이했다. 그리고 흐른 시간만큼이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세월호는 잊혀져간다. 여진구는 친구들의 희생을 알리고자, 배우가 아닌 친구로서 단원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살아남았기에.. 살아가야만 하는 아이들

"놀 때요? 그렇죠, 지금이 한창 놀 때인데… 놀 친구들이 없네요."

단원고등학교 3학년 5반 박준혁 군은 세월호 사고에서 살아 돌아온 학생이다. 거친 물살 속에서 힘겹게 탈출했지만, 돌아온 현실은 더욱 힘겨웠다.  아침마다 함께등교하던 친구도, 주말마다 배드민턴을 치며 놀던 친구도 이제는 없다.

살아남기 위해, 현실 속에서 나를 잊는 일에만 몰두했던 일상. 어느덧 사고로부터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졸업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하는 준혁이. 빈 교실 주인을 잃어버린 책상 앞에서 슬퍼하던 시간을 뒤로 하고 그는 이제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1월의 졸업식

1월 12일,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은 조금 이른 졸업식을 맞이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받아야 할 졸업이지만, 축하해줄 사람들은 '비표'를 받은 소수의 사람들에 한정됐다.

교문 앞에는 레드카펫을 연상케 할 만큼 많은 수의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학생들은 카메라 세례 앞에 꽃다발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쏟아지는 세간의 관심에, 준혁이의 부모님 역시 고민이 많다. 부모님 품을 떠나 세상으로 떠나는 아들이 씩씩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준혁이는 친구들을 위하겠다며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세상에서 가장 슬픈 수학여행,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졸업여행

졸업이후 많은 것이 달라질 삶. 준혁이는 희생자 친구들을 위해 용기를 내려고 한다. 바로 못다 한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것. 희생자 친구들의 부모님을 만나 친구들의 사진을 받아오고, 친구들과 함께할 여행코스도 준비한다. 

늘 소극적이었던 준혁이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점점 변해간다. 그리고 그 동안 준혁이의 어깨를 무겁게 눌러오던 마음의 짐과 대면하는데.

"제가 친구 한 명 손을 잡고 나오고 있었거든요. 갑자기 물이 확 밀려들어와서…"

세월호 사고 당시, 준혁이는 가장 마지막으로 배에서 탈출한 생존자이다. 그런 준혁이의 가슴을 무겁게 누르는 기억이 있다. 바로 탈출 직전까지 손을 잡고 있었던 한 명의 친구. 준혁이는 이번 수학여행을 통해 못다 이룬 친구의 바람을 이뤄주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친구들도 데리고 와줬으면 좋겠어요. 모든 애들이 다 와야죠, 수학여행은. 저희만 오면 안 되죠."

▶함께 울던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디쯤 있습니까?

사람의 기억 중에는 ‘감정’이 가장 먼저 사라진다고 한다. 세월호 사고로 함께 울던 우리의 마음은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졸업을 했지만, 학교를 떠날 수 없는 아이들이 있다. 생존자, 그리고 희생자.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잊어야 할 것은 슬픔. 그러나 참사가 벌어진 이유만은 기억해야 한다.

(SBS 뉴미디어부)  

▶ "아무리 시간 지나도 가슴에 자식 묻어지지 않아"

▶ 제주도에 두고 온 노란 리본…"계속 기억 되길"

댓글
댓글 표시하기
세월호 참사
기사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