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도가니, 추격자 등에 출연한 연극배우 이상희입니다. 저는 지금 참담한 심정으로 여기에 섰습니다. 배우이기 전에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저를 따라 배우를 꿈꾸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 아들의 꿈을 지켜주고 싶어 없는 살림에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습니다. 그게 2010년 아들이 19살 때 일입니다. 그런데 그게 마지막일지 정말 몰랐습니다.
아들은 미국으로 간 지 3개월도 안 된 12월 14일 아침, 아들이 체육시간에 친구와 싸우다 쓰러졌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그 길로 아내와 저는 미국으로 날아갔어요. 병원에 도착해 만난 아들은 호흡기 때문에 살아 있을 뿐이었지 1%의 소생 가능성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더 이상 아이를 힘들게 할 수 없어 도착 이틀 후 저희 부부는 아들을 보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니, 아들을 보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12월 23일 장례를 치르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차디찬 공원에 아들을 묻어주었습니다. 자식을 먼저 묻는 그 심정이란... 그렇게 아들을 마음에 묻은 채 지냈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났을 쯤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들을 때린 가해자.. 그 학생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었다는 겁니다. 저는 당연히 어떤 처벌이라도 받았을 줄 알았는데 불기소 처분이라니... 내 아들은 죽었는데 그 학생은 한국으로 돌아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엿한 대학생이 됐다더군요.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봤더니 정당방위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제 아들을 때린 학생은 럭비부 학생이었어요. 게다가 사건 당시 축구화도 신고 있었다는데 정당방위라니요. 분명 아들의 피가 묻은 체육복과 속옷을 증거로 제출했었는데 이건 증거로 채택도 안 됐다고 하더라고요
도무지 납득할 수 없어 저는 아들을 위한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그 가해학생이 살고 있는 청주지검에 사건을 접수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대로 수사가 이어지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어요.
2014년 11월 28일 드디어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그때 진짜 시련이 찾아왔어요. 수사 과정에서 아들 주검을 한번 더 봐야 했습니다. 사망의 진짜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한번 더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땅에 묻은 아이를 다시 꺼내야 하는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다행인지 한국에서 다시 부검한 결과 미국에서 사인으로 지목된 뇌지주막하 출혈뿐 아니라 복부 강타로 인한 심장마비 유발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그 결과가 가해 아이의 무죄라고 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한 점의 의문도 없이 내 아들 죽음의 진상이 밝혀지길 바랄 뿐입니다. 저희는 아직도 궁금한 게 너무나 많습니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비인 저는 물론 평생 힘들 겁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아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제발.. 이 못난 아비를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