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동안 쓰지 못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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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이 아버지,  벌써 37년이 다 되어가네요… 내가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이렇게 누워지낸 지도…

그건 또 당신이 37년간 한결같이 저를 돌봐주었단 말이기도 하고요.

사지 멀쩡한 사람과도 헤어진다는 세상인데 나쁜 병에 걸려 나무토막같이 된 사람을 데리고 살아줘서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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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젊은 나이에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몸이 되었지만 당신이라는 축복을 만났으니 내 인생은 복 받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평생을 함께하자 약속한 부부라도 젊은 나이에 저를 돌보는 일이 당신이라고 쉬웠겠어요. 하지만 끝까지 아픈 나를 배려해 절대 표현하지 않았다는 거 잘 알아요. 미안하고 또 고마워요.

이제 와 하는 얘기지만 1965년 중매 자리에서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첫눈에 반했답니다.

‘이태식’당신 이름 석자를 나 혼자 마음속으로 써보고 또 지우고 속으로 또 써보고… 몇 번을 그랬을까요.

그랬던 당신이 내 남편이 되고 또 내 아이들의 아빠가 되고 그 아이들도 잘 자라 아이들의 아빠가 되었네요…

그렇게 소중한 당신이고 아들들인데 자랄 때는 물론이고 결혼하는 그날도 옆자리에 함께 해주지 못한 못난 엄마였네요.

그래도 이렇게 잘 자라준 건 모두 다 당신 덕분이에요. 정말 고생했어요.

오늘도 내 식사를 챙기고 혼자서 밥 먹는 섭이 아버지. 당신 옆에서 반찬이라도 얹어 주고 싶은데 그 쉬운 일이 저에겐 불가능한 일이네요.

당신 아내로 살 수 있어서 여한 없는 삶이지만 저는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어요. 당신 옆에서 오래오래 친구 해주고 싶어요.

영감 아시지요. 우리가 즐겨 듣는 그 노랫말처럼. 어느 곳에 있어도 내 사랑은 당신뿐이에요.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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