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2시께 후드 점퍼에 모자를 쓴 차림의 80대 남자노인 한 명이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사무소를 찾아왔다.
"사회복지과가 어디냐"고 묻는 노인을 맞은 읍사무소 직원은 마침 김태빈 복지담당이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으면 좋겠고, 영수증은 받아가고 싶다"며 내민 은행(농협) 봉투를 열어보니 1천만원권 자기앞 수표가 들어 있었다.
김씨는 "액수가 너무 커 인수확인증만 내드릴 수 없다고 판단해 읍장한테 안내해드리면서 물어봤지만 어르신은 끝내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원을 거듭해 묻자 "자꾸 물어보지 말라니까 그러시네…, 그냥 우리 읍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 되는거라니까요…"라는 핀잔만 줬다고 김씨는 26일 전했다.
직원 안내로 허일욱 읍장과 만나 차를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어도 노인은 요지부동이었다.
"복지재단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돈을 보내면 어떻겠느냐"는 읍장의 권유에도 노인은 "안된다. 내가 지역에 살면서 지켜볼테니 반드시 읍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돌아가야 한다"고 고집했다.
이 어르신은 이야기를 간단히 나눈 뒤 제공한 1회용 컵에 든 차가 채 식기전 서둘러 읍사무소를 나갔다고 허 읍장은 전했다.
허 읍장은 "간신히 알아낸 것은 그분이 여든한 살이고 우리 읍내에 산다는 것뿐 어떤 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소외된 이웃들이 한파 속에서도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잘 써달라고 한 말씀만 가슴에 새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