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다시 뛰는 제조업 ① - 가망이 없다고? 그래도 제조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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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조업이지? 가망이 없지 않는가. 서비스업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신년 뉴스 기획으로 ‘다시 뛰는 제조업’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들었던 말입니다.

이분법적인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현 경제 상황을 보면, 수출과 내수 모두 좋지 않습니다. 고용의 질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강의 기적을 이룬 주역’, ‘한국 경제의 기둥’이라 불리는 제조업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해 제조업 전체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뒷걸음질쳤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수출 대상국들의 경기가 좋지 않았고, 우리의 경쟁 상대국인 중국과 일본에 치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엔저를 무기로, 중국은 가격 경쟁력과 턱밑까지 쫓아온 기술력으로 자국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한국 제품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IT분야를 예를 들면, 이미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오히려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가성비’에선 우리를 앞서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도 5년 정도 기술격차가 있다고 하지만 안심할 수 없습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 같은 경우는 정부의 정책 지원을 등에 엎고 해외의 유명 반도체 회사 인수나 지분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돈으로 기술을 사겠다는 것이죠. 

많이 알려진 내용이지만, 미래의 유망 사업이라는 드론의 경우, 전세계 상업용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특허 기술이 있다고 자랑만 할 뿐 별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IT 기업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한 대기업 상무는 “지금 우리 제조업을 보면, 암초에 부딪힌 배 같다. 서서히 가라 앉는 것이 뻔히 보이지만, 다들 어떻게 구조해야 할 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당연히 필요하지만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제조업에서의 고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서비스 산업의 고용은 증가해 왔습니다. 제조업은 공장자동화 등으로 인해 일자리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서비스업의 취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70%, 서비스업 생산은 전체 생산의 60%에 달합니다. 그래서 정부도 서비스업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합니다. 국회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계류돼 있습니다. KDI는 이 법이 통과되면 2030년까지 69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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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고 필요한 일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를 보면,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개선이 필요합니다. 또 서비스업의 발전으로 젊은이들이 원하는 금융이나 관광, 기술서비스업 분야 등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대외 경제 상황에 크게 영향 받는 제조업보다는 효과적으로 경제를 성장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할까요? 서비스업은 전통적으로 수출이 어려운 비교역재입니다. 금융이나 의료, 관광 등의 서비스업은 외화벌이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경쟁이 있습니다. 금융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이 한참 떨어집니다.

관광에서도 유럽, 중국 등과 경쟁한다고 봐야 합니다. 한류, K-POP 등 문화 콘텐츠가 희망을 주고 있지만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불안합니다. 즉, 서비스업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크지 않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기 힘든 상황입니다.

● 미국과 독일의 제조업 르네상스…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

해외에서는 제조업 르네상스란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1년부터 ‘첨단 제조 파트너십’이라는 제조업 육성정책을 가동 중입니다. 민간연구소와 국립연구소가 협력해 3D프린팅, 스마트 센서 등을 연구 중이라고 하는데 올해 예산은 6억 80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 독일은 2012년부터 ‘산업4.0’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전통 제조업에 사물인터넷(IoT) 등을 접목해 생산성을 30% 이상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제조업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를 가동시켰습니다. 2025년까지 중국 제조업 경쟁력을 독일·일본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차세대 IT 기술, 고급 디지털제어 공장기계 및 로봇, 선진 궤도 설비 등을 집중 육성할 계획입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 이장균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배운 교훈’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연구위원은 제조업 육성정책의 배경을 크게 3가지를 뽑았습니다. 제조업 대신 20여년간 금융을 강화시킨 미국이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점, 독일같이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가 금융위기에서 빨리 탈출했다는 점, 그리고 ‘애플’의 성공입니다.

애플은 소프트업체이기도 하지만 제조업체입니다. 애플이 거둔 성공은 어마어마합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때문에 제조업의 비중을 낮추거나, 공장을 해외로 보내고 본국에서는 R&D와 마케팅만을 담당하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해외 국가들의 제조업 육성은 과거와 다른 모습입니다. 생산 부분에 집중된 육성책이 아니라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로 변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정보통신기술(ICT)를 융합해 생산성 혁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 2014년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제조업과 ICT를 융합해 생산현장의 생산성과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창의적인 스마트융합 신제품을 조기에 사업화하여 신 산업 창출을 앞당기는 것입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닐 것 같습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앞서 정책적으로 제조업 혁신을 추진해왔습니다. 개발도상국들도 미래 신 성장산업에 대해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선진국과의 기술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얘깁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내수 시장이 작은 우리 경제 구조에선 제조업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이번 위기를 우리 제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잘 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김창배 연구위원은 “조선과 철강, IT 등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분야지만, 아직 우리가 세계 1위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다”며 좁아진 격차를 다시 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 그리고 적극적인 M&A(인수 합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M&A는 해외 경쟁 기업들의 기술 추격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분야별 구조조정 등을 통해 비효율적인 부분을 정리하는 것도 필수라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는 제조업으로 경제 부흥을 이끈 경험이 있습니다. 일부 산업에서는 ‘추격자’에서 ‘선도자’의 자리까지 올라섰습니다. 그 저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취재파일] 다시 뛰는 제조업 ② - 글로벌 强小기업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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