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선수가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는 소식에 덜레스 공항으로 달려나갔다. 워싱턴의 관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린 한국 야구의 거물이다. '볼티모어 선'지는 그를 '철의 남자', '한국의 아이언 맨(Iron Man)'으로 불렀다.
출국장에서 카트를 밀고 나오는데 거구였다. 태평양 건너 먼 길에 조금 피곤한 듯 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가 묻어났다. 미국 날씨가 철답지 않게 워낙 따뜻해서 두터운 외투가 좀 불편했을 성 싶다.
다짜고짜 물었다.
- "앞으로 일정이 어떻게 되죠?"
= "저는 몰라요."
- "아직 확정 단계 아닙니까?"
= "저는 몰라요."
김현수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언론들 통해 널리 알려진 자신의 볼티모어 오리올스 입단 소식에 함구했다. 입단하기로 계약을 하고, 신체검사를 받으러 온 것인데 말을 아꼈다. "오라 그래서 왔다"고 했다.
빨간 옷 차림의 한 여성이 함께 걸어 나왔는데 김현수 선수는 에이전트라고 소개했다. 그녀 역시 말을 아꼈다.
- "현재 어떤 상황인지.."
= "몰라서 그래요, 진짜로."
- "일정은 구단에 달려 있습니까?"
= "네, 구단에 달려있지요."
워싱턴 일대엔 겨울비가 내렸다. 김현수 선수가 쓴 우산에는 성조기 문양이 선명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문이 열리는구나..
김현수 선수의 지인인 것 같기도 한 누군가가 격려의 메시지를 던지고 사라졌다.
"김현수 선수 화이팅! 성원할 게요."
마지막 관문 '메디컬'이라는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곧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한다. 김현수는 입단이 확정되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다.
사실 볼티모어의 관문은 덜레스보다는 BWI 국제공항이다. 한국을 오가는 직항 편은 없는데,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개설에 적극적이다.
수요와 사업성이라는 벽에 부딪쳐 있는데, 김현수의 볼티모어 행이 확정된다면 큰 모멘텀이 될 것 같다.
최근 림프종 암을 극복한 호건 주지사는 한국의 아들이 왔다며 누구보다 기뻐할 것이 틀림 없다. 부인이 한국인 유미 호건 여사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대단히 깊다. 스스로 한국의 사위란다.
볼티모어가 흑백 갈등이 심한 게 걱정이긴 하다. 청운의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넌 김현수 선수에게 건승과 건투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