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님아, 내가 등에 손을 좀 대도 될까?"
동물병원 모퉁이에서 늘 방석 위에서 벽만 보고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는 꽃님이. 동물심리학자로 유명한 하이디가 말을 걸어봐도 꽃님이는 쳐다도 보지 않습니다. 오감을 활용해 동물과 늘 깊은 교감에 성공하는 하이디지만 꽃님이 마음에는 영 들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저 방석 위는 자기만의 섬이에요. 쳐다보는 곳이 벽 뿐이에요."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 '꽃님이.' "마음의 문을 너무 굳게 닫아서 우리가 들어갈 틈이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을 극진히 보살피는 수의사와 간호사에게도 2년 가까이 같이 산 다른 동물들에게도 꽃님이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꽃님이가 처음 발견된 건 입원하기 1년 8개월 전, 한 동물단체 앞. 머리 크기만 한 종양에 신장과 방광에는 결석, 백내장까지 있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사연을 들은 수의사가 수술을 자청해 치료를 받게 된 꽃님이는 이후 동물병원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래도 전에는 만지지도 못하게 했는데 지금은 만지게는 하고 있어요."
급한 수술로 몸은 어느 정도 추스렀지만 이후에도 1년 8개월 째 마음을 닫고 벽만 보고 있어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아온 상황. 그래서 마지막 희망인 하이디가 나타나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하이디의 정성이 통했던 걸까, 꽃님이가 드디어 반응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알게 된 꽃님이의 속마음...
"자신은 죽어도 괜찮으니까 더 이상의 치료는 원하지 않는대요. 꽃님이는 여기서 돌봐 주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어요. 하지만 부담이 될까 봐 불안해하고 아마도 다시 버려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꽃님이는 자기의 몸 상태를 알고 있고 당신들을 슬프게 하는 걸 원하지 않는대요. 그래서 사람들이 가능한 자기를 의식하지 못하게 하려 했고, 혼자 내버려 두라고 하네요."
"우리는 진짜로 가족이길 원한다고 힘들지 않게 갔으면 좋겠다고..." 꽃님이의 속마음을 들은 뒤, 조심스럽게 다시 다가가는 병원 식구들. 꽃님이를 쓰다듬는 순간, 자세를 바꾸더니 갑자기 뒤를 돌아봅니다.1년 8개월 만에 꽃님이가 건넨 조심스럽지만 소중한 인사인 셈입니다.
"어떡해...고마워 진짜로" 간호사 손에 코를 대며 마음의 문을 열자 모두들 감격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꽃님이는 2009년 이 방송 뒤로 수의사 어머니의 집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11년까지, 방송 전보다 훨씬 행복하게 살다 편안히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꽃님이를 만나고 변했죠 저도. 동물의 감정이 연민, 배려, 존경과 같은 섬세하고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걸 알았어요." (박정윤/수의사)
"동물과 교감하는 것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동물들에게서 배울 수 있다는 거죠. 인내심, 신뢰, 그리고 이해. 동물은 우리의 훌륭한 스승이 될 수 있어요." (하이디/애니멀 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