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미 발간된 책의 표지만 바꿔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다시 출판하는 걸 이른바 '표지 갈이'라고 합니다. 90년대부터 관행처럼 이어져 왔는데, 검찰이 이번에 표지 갈이를 한 교수 179명을 재판에 넘기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병남 기자입니다.
<기자>
같은 사진, 같은 그래프.
똑같은 책처럼 보이지만, '표지갈이' 방식으로 찍어낸 다른 책입니다.
겉표지만 뜯어내고, 저자 이름이나 책 제목만 바꿔 새 책처럼 만들었습니다.
실제 표지갈이가 이뤄진 두 책입니다.
표지 색깔만 다르고, 나머지 내용은 모두 똑같습니다.
허위 저자는 새 연구실적을 낸 것처럼 꾸밀 수 있고, 출판사는 재고 서적을 처리할 수 있는 데다, 원저자는 출판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서 관행처럼 이어져 왔습니다.
검찰은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표지갈이를 한 전국 110개 대학, 179명의 교수를 기소했습니다.
[김영종/의정부지검 차장검사 : '최신' '신편'이라는 단어를 넣거나 빼고, 책 제목의 '입문'을 '개론'으로 변경한 것입니다.]
세계 인명사전에 등재된 교수 등 명문 사립대 교수 2명도 적발됐습니다.
[A 교수 : '공저자'에 대해 전혀 기준이 없이 (수사를) 한 거예요. 황당하더라고요.]
대학들은 적발된 교수들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지침엔 표지 갈이를 '연구 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있어서,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재임용 탈락 등 사상 최대 규모의 무더기 중징계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유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