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베이루트에 위치한 한 케밥집.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굉장히 특별한 곳입니다. 케밥집 뿐만이 아닙니다. 바로 옆에 있는 식당도, 그 옆에 있는 빵집도 마찬가지입니다. 특별한 음식을 파느냐고요? 그건 아닙니다. 세 가게의 주인은 무려 7,219명. 그리고 그 주인들은 전 세계에서 서로 얼굴도 모른 채 살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가게의 수익이 주인들에게 1/n 로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겁니다.
그 행운의 주인공은 바로 압둘 할림 알아타르 씨. 그런데 이 남자 어째 얼굴이 낯익지 않나요? 지난 8월 딸을 안고 볼펜을 파는 사진 한 장으로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남자입니다. 불과 4개월 만에 어떻게 이런 변화가 생겼던 걸까요?
알아타르 씨는 4년 전 시리아 내전 당시 고국을 떠났습니다. 생계를 위해 이런 저런 일을 했지만 난민이란 이유로 정착하지 못하고 레바논까지 흘러오게 되었습니다. 자식들을 먹여 살리려고 길거리에서 볼펜을 팔기 시작했는데 우연히 사진이 찍혔고, SNS를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를 돕기 위한 모금(crowd-funding)이 시작되었습니다. 전 세계 7,219명이 모은 돈이 2억 2천여만 원.
국제적인 모금 운동 덕택에 알 아타르 씨는 식당 3개를 운영하는 어엿한 사업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아들은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고 단칸방에서 아파트로 이사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알아타르 씨는 이 행운을 자신만 누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른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난민이라는 이유로 직업을 구할 수 없는 시리아 난민 16명을 고용했고, 시리아에 약 3,000만 원을 송금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쏟아진 관심이 저와 제 가족뿐만 아니라 시리아 난민들의 삶까지 바꿨습니다.”
알아타르 씨와 같은 시리아 난민은 400만여 명 전 세계가 건넨 작은 손길이 다른 난민들에게까지 이어지면서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