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YS의 공과 실…금융 실명제와 외환위기


동영상 표시하기

<앵커>

친절한 경제 김범주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서, 당시 문민정부 시절 경제 정책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공과 과가 다 있지만, 그래도 금융실명제는 사실 김 전 대통령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거라는 이런 평가가 지금도 나오고 있어요?

<기자>

지금이야 금융실명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그때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어요. 서슬 퍼렇던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도 시도를 했다가 주가 폭락하고 난리가 나서 결국 접었을 정도니까, 특히 돈 숨겨놓은 부자들의 반발이 어마어마할 일이잖아요. 그래서 이거 잘못했다가는 굉장히 역풍을 맞을 수 있는 그런 정책이었습니다.

<앵커>

저도 기억이 나는 게 제가 아마 저 때 중학생이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밤에 발표를 해서 "내일부터는 금융 실명으로만 거래할 수 있다." 이렇게 밤에 전격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었나요?

<기자>

나이를 밝히시네요, 그때 김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한 다섯 달 정도밖에 안 됐을 때인데, 그때 취임 초기에 이런 걸 많이 했어요.

한 번에 확 뒤집어서요, 하나회도 건도 그랬고 그러면서 그런 스타일이 시원하다고 해서 국민들의 지지도가 80% 올라갈 때입니다.

그러니까 그때 힘 있게 추진할 수 있었던 거죠.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취임하고 다섯 달 지난 8월에 밤 7시 45분에 저렇게 TV에 나온 겁니다.

당시에 방송사는 세 개 밖에 없었고, 밤에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TV 보는 일밖에 없었는데 대통령이 갑자기 저렇게 막 나오니까 "무슨 일이야?" 하면서 사람들이 쳐다본 거죠. 그때 얘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금융실명제에 대해서,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드디어 우리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합니다. 이 시간 이후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으로만 이루어집니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지 않고는 이 땅에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국회에 얘기해서 법을 만든 게 아니라, 그럼 늦어질 테니까 대통령 긴급명령 형태로 바로 뒤에 8시부터 시행, 이렇게 해버린 거죠.

이게 은행 끝나고 한밤중이었기 때문에 돈을 은행에 숨겨놓은 사람들이 있더라도 이걸 찾을 시간도 안 준 겁니다.

시간을 안 준 거라, 결국은 지금 방식은 이렇게 하면 불가능한 일이죠. 결국은 그때였기 때문에, 그리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저런 업적은 또 인정을 받지만, 집권 후반기죠. 국가 부도 위기까지 갔던 이른바, IMF 사태 때문에 사실 김영삼 정부의 그런 과를 지적하는 의견들도 많아요.  

<기자>

사실은 똑같은 스타일로 밀어붙인 거에요. 그런데 초반에 금융실명제나 부동산실명제나 이런 건 그때 시대 상황과 맞았던 거고, 후반에는 이게 조금 문제를 일으킨 부분이 있습니다.

너무 임기 안에 해보겠다며 속도를 내 본 건데, 보시는 것처럼 대표적인 게 선진국 모임인 OECD 가입인데, 이게 퇴임 1년 앞두고 96년입니다.  

반대가 많았는데 속도를 낸 건데, 이런 경우에 문제는 뭐냐면 각종 경제 지표, 회계자료 이런 건 선진국 수준으로 가야 돼요.

그러다 보면 기업들이 그때 회계 가지고 장난도 많이 했었는데, 선진국처럼 투명하게 하려다 보니까 빚 많이 내서 장사하건 한보, 산미, 기아차, 해태, 지금 보시는 쌍방울까지 저런 대기업들이 차례로 쓰러졌고 은행도 같이 어려워졌죠.

여기에 외국 금융기관들이 보니까 "어, 그럼 이거 빚 많이 주면 안 되겠네." 해서 걷어 드리다 보니까 외환위기까지 가게 된 겁니다.

그래서 IMF에 자금을 신청했던 게, 바로 18년 전 어제(22일), 돌아가신 날입니다. 1997년 11월 22일 굉장히 아이러니하죠. 그때도 나와서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에게 참으로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시급한 외환 확보를 위해 국제통화기금의 자금 지원 체제를 활용하겠습니다.]

그 이후는 우리가 모두 아는 대로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대 실책이 됐고, 많은 국민들도 한동안 직장도 잃고 힘든 시기를 버텨야 했는데, 같은 스타일로 했는데 어떤 일은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어서 지금까지도 칭송을 받고, 어떤 일은 참 많은 어려움을 만들어 냈다는 걸 보면, 김 전 대통령이 남긴 경제적 교훈은 한 번 맞았다고 계속 맞는 게 아니다. 지도자라면 항상 돌아보고 내가 지금 하는 게 과연 상황에 맞는 건지 고민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친절한 경제
기사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