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해커조직 어나니머스가 파리 테러 사건 후 IS에게 전면적인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올해 초에도 IS를 바이러스라고 규정하며 관련계정 800여 개를 해킹했던 어나니머스. 네티즌들은 ‘드디어 그들이 움직였다’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브스뉴스에서도 한 번 다룬 적이 있는 국제적 해커 단체 ‘어나니머스(Anonymous)’ 이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들은 ‘4chan’이라는 해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파생된 국제적 해커 단체입니다. 스스로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해커 단체라 부르며, 혁명을 뜻하는 ‘가이 포크스’ 가면을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유명세를 탄 계기는 2008년 종교단체 사이언톨로지를 상대로 벌인 전면전이었습니다. 그들은 사이언톨로지를 반인권적인 종교로 규정하고 해킹공격을 하는 한편 뉴욕, 런던 등 전세계 주요도시에서 가두시위를 주도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큰 영향력을 보여준 어나니머스는 이후에 저작권 독점 반대, 반독재 반체제, 동성애 혐오주의 반대, 소아성애 반대 등 다양한 주제로 해킹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2011년, 어나니머스와 멕시코 갱단 ‘로스 제타스’의 대치 일화는 그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입니다. 경찰이 손을 뗄 정도로 멕시코에서 가장 위험한 마약 조직으로 불리는 ‘로스 제타스’. 2011년, 그들은 경쟁 조직원이 있는 술집을 습격해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납치했습니다.
그런데 잡힌 사람 중 한 명이 어나니머스의 일원이었고, 어나니머스는 ‘제타스의 아지트와 조직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제타스는 해당 일원을 풀어줬지만 대신에 ‘그 정보를 공개할 때마다 민간인 10명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는 흥미로운 일화.
실제로 여러 활동으로 유명세를 탄 어나니머스는 지난 2012년 타임지에서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적도 있습니다. 그들의 행동이 ‘의적’처럼 보여서인지 어나니머스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해킹은 엄연한 ‘불법’이며 언제나 정의만 추구하는 건 아닙니다.
작년에는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 등의 개인정보를 ‘재미’로 유출했다고 스스로 밝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경찰도 이들을 범죄단체로 보고 수사를 해왔지만 완전히 뿌리 뽑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주모자도, 체계도, 거점도 없는 점조직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활동은 한 사람이 무언가를 시작하면 익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일을 구체화시키는 형태입니다. 즉 자신을 ‘어나니머스’라 지칭하기만 하면 누구나 그들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개인이 매우 느슨하게 연결돼 있으며 사실상 ‘조직’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때문에 니코 멜레 교수는 그들을 단체가 아니라 ‘일종의 문화’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범법자임에도 불구하고 때론 ‘21세기판 홍길동’이라 불리며 팬덤 현상까지 생겨난 해커 단체 어나니머스. 그들이 법망을 유린하는 것은 문제지만 앞으로 펼쳐질 IS와의 전면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리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