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 먹는 한국독수리-미국독수리…비슷하게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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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수리가 뿌리는 다르면서도 부패한 사체를 먹는 식습관이 같은 미국 칠면조 독수리와 유전적으로 비슷하게 진화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습니다.

국립중앙과학관은 백운기 중앙과학관 연구진흥과장과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 게놈연구소장이 한국 독수리의 게놈 정보를 분석해 이런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 결과는 게놈 분야 국제 학술지인 '게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 온라인 세션 21일자에 게재됐습니다.

한국 독수리는 몽골에서 이동하는 철새로, 유럽 쪽 독수리와 같은 종이지만 몸의 크기가 더 큰 세계 최대의 맹금조류입니다.

한국 독수리의 뿌리는 사냥을 하는 종인 '수리'에 가깝지만 실제 행태는 사냥을 하는 대신 죽은 동물의 부패한 사체를 먹습니다.

반면 아메리카 대륙에 서식하는 칠면조 독수리나 대머리 독수리는 애초부터 사냥하는 대신 부패한 사체를 먹는 종으로, 한국 독수리와는 유전적으로 각각 6천만 년, 1천800만 년 떨어져 있습니다.

박종화 소장은 "이는 각각 6천만 년 전, 1천800만 년 전 이들 독수리 종과 한국 독수리가 서로 유전적으로 갈라졌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연구진이 이번에 한국 독수리와 칠면조 독수리, 대머리 독수리의 게놈 정보를 비교한 결과 병균에 강한 위장과 피속 면역방어라는 동일한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애초 뿌리는 달랐는데 사체를 먹는 동일한 식습관을 갖다 보니 유전적으로 비슷한 특질을 띠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현상을 '수렴진화'라 합니다.

박 소장은 "진화적으로 떨어져 있는 생물들이 환경에 의해서 비슷한 특질을 갖게 되는 현상을 수렴진화라고 하는데 한국 독수리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견된다는 것을 이번에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는 다른 종이라도 같은 환경에 있으면 닮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유전적 특질은 독수리가 부패한 먹이를 섭취하면서도 질병에 걸리거나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연구진은 이번에 한국 독수리의 게놈 정보를 확보하면서 독수리의 진화 메커니즘도 과학적으로 증명함에 따라 앞으로 독수리 종 보존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게놈 정보를 활용하면 멸종위기종 생물끼리 근친교배 등으로 기형 등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머지않아 멸종한 동물까지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박 소장은 "전 세계 23종의 독수리류가 대부분 멸종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종 보존의 기반이 마련됐을 뿐 아니라 면역이나 감염 등에 관련된 유전적 변화를 의학적으로 활용해 질병 연구나 미래 신약 개발에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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