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이 전하는 월드리포트

[월드리포트] 8살 소녀 살해한 11살 소년…"살인죄 적용해야 할까?"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지난 3일, 미국 테네시 주에서 슬프고도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11살짜리 어린 소년이 이웃에 사는 8살 소녀에게 개를 만져봐도 되느냐고 물었는데 이 소녀가 거절하자 집에 있던 아버지의 12구경 산탄 총을 가지고 나와 소녀의 가슴에 발사한 겁니다. 소녀는 숨졌고 이 11살 소년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SBS 8시 뉴스를 통해 이 사건을 보도해드렸습니다만 이 사건으로 인해 또 다시 미국에서는 해묵은 총기 규제 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 글에서는 총기 규제 문제가 아닌 다른 주제에 관한 얘기입니다. CNN의 법률 전문가인 필립 할러웨이는 칼럼을 통해 과연 이 소년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CNN 법률 분석가인 필립 할러웨이

할러웨이는 칼럼에서 소녀의 죽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비극이지만 그 비극을 저지른 소년을 살인죄의 굴레를 씌워 감옥에 보내게 된다면 그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씻기 힘든 슬픔을 안겨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수 십 년간 ‘영미법’에서는 14살 이하 어린이는 범죄 의도를 형성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범죄는 “actus reus” (범죄 행위)와 “mens rea” (범죄 의도)의 두 요소가 결합될 때 성립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전통적인 영미법 관념에서 보면 14살 이하 어린이는 범죄 의도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본다는 겁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11살 소년에게 살해된 8살 소녀

하지만 갈수록 미국 각주의 입법자들은 이런 전통적인 법 개념을 고쳤고 그러다 보니 해마다 20만명의 어린이들이 범죄 혐의가 적용돼 감금되고 있다고 ‘오픈 소사이어티 파운데이션’을 인용해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구체적인 실례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14개 주는 몇 살까지의 어린이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성인에 해당하는 처벌을 할 것인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경우에는 10살도 안된 어린이가 성인으로 처벌받는 사례도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할러웨이는 17살 이하 어린이에 대해서는 성인 교도소에 감금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20살이 되기 전까지는 그들 행위의 본질적 속성과 그 결과에 대해 성숙한 판단력을 지녔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그는 사례도 하나 들고 있습니다.

2004년, 조지아 주에서 당시 8살의 애이미 예이츠는 누군가에 의해 목 졸려 숨졌습니다. 이웃에 사는 12살 조나단 아담스가 용의자로 체포됐는데 그의 연령을 고려하더라도 2년간 감옥에 수감될 처지였습니다. 그 소년은 무죄를 주장했고 그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그 소년은 아무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겁니다.

그는 현재 미국의 각 주에서는 상황에 따라 어린이들을 어른으로 간주해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 - 명확한 범죄 의도가 있고 계획 범죄인 경우 등 - 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린이는 어린이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21살이 되기 전에는 군대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술을 마실 수도 없으며, 적법한 계약의 당사자도 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는 또한 미국 성인 형무소에는 약 만 명의 어린이가 수감돼 있는데 이들은 청소년 수감 시설에 있는 경우보다 5배나 동료 수감자에게 성폭행 당하기 쉽고 자살 가능성도 훨씬 높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미국 형무소

여기서는 그의 주장 전체를 옮기지 않았습니다만 대략 그의 주장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정리했습니다. 그러니까 처벌하더라도 어린이는 어린이에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즉 성인 수감 시설에 수감해서는 안되고 어린이가 범죄 의도를 제대로 형성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을 감안해서 구형해야 한다는 게 논점이라 하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른바 ‘캣 맘’ 사건으로 떠들썩했습니다. 돌을 던진 어린이가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처벌이 어렵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 꼬마가 아래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던졌는데도 몰랐다고 거짓말하는 것이라는 등 반박도 나오면서 숨진 캣 맘의 억울함을 어찌 할 거냐는 동정론이 함께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11살 소년에게 살해된 8살 소녀

다시 본래의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8살 소녀가 개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아버지 총을 들고 와 살해한 11살 소년에게 1급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이 옳을까요? 아니면 그의 어린 나이를 감안해 처벌하지 않는 게 옳을까요? 전자를 택한다면 CNN 법률 분석가 주장대로 또 다른 어린이가 불행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후자를 택한다면 억울한 죽음을 당한 8살 소녀와 그 가족에게는 정말 황당하고 억울한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댓글
댓글 표시하기
특파원이 전하는 월드리포트
기사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