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늘이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원한 비 소식이 좀처럼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가을이 원래도 비가 적게 내리는 계절이긴 하지만, 참 해도 너무하다 싶은데요, 금세기 최악의 슈퍼 엘니뇨가 위세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과 이번 달에 태평양에서 발생한 9개의 태풍 모두 한반도를 빗겨가서 중부지방의 가뭄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공항진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올해 비가 얼마나 조금 왔냐면요, 올 들어 어제(15일)까지 서울에 내린 비가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수원과 강릉, 대전 등 중부는 물론 전주 등 전북 일부의 강수량도 역시 평년값의 50%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천은 제일 심해서 올 한 해 강수량이 매년 내리는 비의 38%에 머물고 있습니다. 여기에 안 그래도 지난해에도 비가 부족했었기 때문에 가뭄이 더 심각한 건데요, 주원인은 태평양의 중앙과 동쪽 바다가 뜨겁게 달궈지는 엘니뇨입니다.
페루 연안의 경우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최고 2.6℃나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강수 지역과 홍수 지역이 바뀌고 곳곳에 이상 기상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태풍에도 막대한 영향을 줘서 그나마 비구름을 몰고 와 줄 태풍마저 올해는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해 꼬박꼬박 한 해도 거르지 않고 9월 또는 10월에 태풍 곤파스부터, 탈레스, 산바 등등이 한반도에 비를 뿌려줬지만, 10월도 중순을 넘어가는 지금 아직 살아 있는 태풍 곳푸와 태풍 참피는 각각 중국과 일본으로 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태풍은 누구나 알고 있듯 한편으로는 엄청난 피해를 주는 무시무시한 상대인데요, 그럼에도 한꺼번에 몰고 오는 수증기의 양이 그 무엇도 따라올 수 없기 때문에 이럴 땐 태풍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게 좀 못마땅하긴 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조용히 단비를 머금고 와서 한반도의 대지를 촉촉히 적셔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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