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에서는 간호사들이 목에 청진기를 걸고 찍은 사진을 SNS 올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간호사가 왜 의사 청진기를 하고 있나요?” 발단은 지난 9월 14일 ABC 방송의 토크쇼 ‘The View’MC들의 발언이었습니다. MC들이 조롱한 것은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에 참가했던 한 여성의 연설이었습니다. 대부분 참가자들이 춤, 노래, 연주 등으로 자신들의 장기를 뽐낸 것과 달리 이 여성은 간호사 복장에 청진기를 맨 채 연설을 했습니다.
모든 간호사들은 자신이 왜 간호사가 됐는지 떠오르게 해주는 환자가 있습니다. 저에겐 알츠하이머를 앓던 죠가 그랬습니다. 순간순간의 기억들이 없는 그는 매일 밤 악몽을 꿨고, 그때마다 저는 그의 손을 잡아줬습니다. 하루는 악몽에 시달린 그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치료법을 바꿔줄 수 없나요?” 하지만 제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하나였습니다. “저는 그냥 간호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줄 수 없어요.” 그러자 그가 물었습니다. “약을 바꿔줄 수 없나요?” 저는 또다시 이야기했어요. “저는 그냥 간호사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어요” 그리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죠, 제가 그냥 간호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있어요.” “바로 당신과 발리볼 이야기를 하고, 당신 손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우리는 함께 장난을 치고 농담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악몽을 꾸고 울고 있는 그를 봤습니다. 힘들어하는 그에게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의 손을 잡고 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뿐이었어요. “당신은 저에게 그냥 알츠하이머 환자가 아니에요. 당신은 저에게 죠라는 사람입니다.” 그러자 그가 저에게 이야기했어요.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당신은 늘 그냥 간호사라고 하지만 당신은 나의 간호사에요. 당신이 절 돌봐준 덕분에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환자들은 단지 병실 호수와 병명으로 기록된 대상이 아닌 하나하나의 사람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저는 다짐했어요. 저는 그냥 간호사가 되지 않을 거라고요.
자신의 직업적 소신과 경험을 당당하게 이야기한 이 간호사는 2015 미스 콜로라도 캘리 존슨. 최고로 아름다운 여성을 뽑는 대회에서 그녀는 2등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왜 의사의 청진기를 하고 있느냐’는 조롱을 던진 MC들에게 한 의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간호사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청진기가 없을 땐 간호사에게 빌려요. 그들은 의료팀의 심장이고 영혼입니다.”
청진기[stethoscope] : 심장 소리와 숨소리를 청취하고 확인하는 도구.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가슴’을 뜻하는 ‘stethos’와 ‘본다’는 뜻의 ‘skopos’를 합친 것입니다. 그 누구보다 환자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간호사 ‘캘리 존슨’. 그녀가 청진기를 목에 걸지 못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