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5천만 울린 의문의 '여아' 시신…살해범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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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 디어 아일랜드 해안가에서 한 여자 어린이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얼룩말 무늬의 담요에 싸인 채 발견된 아이는 검정 색 점박이가 박힌 레깅스를 입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의 지문은 물에 쓸려 지워졌고 얼굴도 부패가 진행돼 제대로 알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은 컴퓨터를 이용해 이 아이의 생전 얼굴을 복원해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혹시라도 이 아이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 있다면 제보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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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Fox 뉴스

이 사진이 공개된 뒤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무려 5천만 명이 이 사진을 봤습니다. 그리고 CNN을 비롯한 미국의 모든 언론이 이 기사를 크게 다뤘습니다.  일명 ‘Baby Doe’의 신원과 사망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습니다.

이토록 예쁜 아이가 바닷가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으로 미뤄볼 때 누군가 유괴해 살해한 뒤 버렸거나 아니면 부모나 가족이 병들어 숨진 아이를 버렸을 것이라는 추론들도 나왔습니다. 관심이 커진 만큼 아이의 사망 원인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 갔습니다.  (이에 대한 사연은 지난 7월 <월드 리포트>를 통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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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약 두 달 여 지난 뒤, 이 아이는 살해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 이 아이의 죽음과 관련해 두 사람이 재판정에 섰습니다. 바로 아이의 엄마와 그의 동거남이었습니다. 35살의 남성 ‘매카시’는 살해 혐의로, 엄마인 40살 ‘본드’는 살해 방조 혐의로 피고 석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 두 사람이 경찰에 붙잡혔을까요? 그리고 아이의 신원은 어떻게 파악됐던 걸까요?  그런데, ‘Baby Doe’의 사진을 본 5천만 명 가운데 누군가의 제보로 이 미스터리한 범행이 밝혀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우연히 그리고 엉뚱하게 사건의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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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해안가에서 발견된 아이가 입고 있던 옷부터 수사했습니다. 전국 유통망을 가진 ‘타켓’과 ‘K-마트’에 아이의 옷을 보여주고 혹시 이를 판매했는지 수사했습니다. 하지만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아이의 옷과 담요에 묻은 꽃가루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이 꽃가루를 과학 수사 연구소에 보내 조사한 결과 보스턴에서 나는 꽃가루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는 바다에서 숨진 뒤 파도를 타고 쓸려 내려온 게 아니고 누군가가 해안가에 버렸다는 얘기가 됩니다. 경찰의 수사망은 보스턴으로 좁혀졌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아이의 사인조차 불명확한 상태에서 범인을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엉뚱한 곳에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아이의 생부, 그러니까 엄마인 ‘본드’의 전 남편(동거인)인 32살 ‘조셉 아모로스’는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던 (그러니까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헤어진 듯) 딸을 보고 싶었습니다.

딸 ‘벨라 본드’를 보고 싶어 몇 주 전 보스턴에 사는 전 부인 본드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본드는 ‘벨라’가 보스턴이 아닌 다른 지역에 갔다며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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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이 실제 벨라의 사진, 오른쪽이 경찰이 컴퓨터로 복원한 사진

아모로스는 딸 ‘벨라’의 얼굴을 본적이 없었기에 언론에 대서특필된 ‘Baby Doe’가 자기 딸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얘기가 끝났다면 사건은 영영 미궁에 빠질 뻔 했던 겁니다. 그런데 지난 주 엄마인 본드가 아모로스에게 연락을 해 왔습니다.

현재의 동거인인 ‘매카시’가 딸 벨라를 죽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벨라에게 악령이 씌웠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아모로스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과 동행해 매카시의 부모 집에서 그를 체포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검찰은 매카시를 ‘벨라’ 살해 혐의로, 그리고 본드는 살해 방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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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얼굴에 천진난만한 표정, 그리고 뭔지 모르게 빨려 들게 하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지닌 ‘Baby Doe’ 아니 ‘벨라 본드’에 깊은 연민을 느꼈던 미국 국민들은 아이의 살해범과 방조자가 새 아버지와 친 엄마라는 사실에 깊은 충격과 함께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영원히 미궁에 빠질 뻔했던 살해범이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는 겁니다. 영문도 모른 채 죽임을 당했던 순백의 영혼 ‘벨라’를 추모하며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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