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번 들으면 바로 기억나는 휴대전화 번호, 이른바 골드번호라고 하죠. 6789 같은 연이은 숫자나 7777 같은 똑같은 숫자, 고깃집을 연상시키는 9292 같은 번호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 이런 골드번호는 수백만 원 넘게 웃돈이 붙어서 인터넷을 통해서 불법으로 매매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5억 원 넘는 가격에 팔겠다고 내놓은 번호도 있었습니다.
생생 리포트 김수형 기자입니다.
<기자>
이삿짐 업체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2년 전 2424로 끝나는 이른바 골드번호를 웃돈 800만 원을 주고 구했습니다.
[김모 씨/골드번호 구매자 : 물어보니까 (2424와) 비슷한 전화번호, 그런 번호도 없어요. 제가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내 번호를 알아줘야 쉽게 영업이 될 거 아닙니까.]
대리점을 찾아가 휴대전화 골드번호를 개통할 수 있는 지 물어봤습니다.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 : (끝자리가 1234번 번호가 있나요?) 1234는 없고, 그거랑 비슷한 번호밖에 없어요. (1004번은 있습니까?) 1004번 같은 경우도 없어요. (골드번호는) 직원들도 하려고 해도 못하는 번호이기 때문에 거의 포기하시죠.]
골드번호는 대리점이 아닌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한 인터넷 골드번호 매매 사이트입니다.
4만 1천여 건 이상 골드번호가 등록돼 있다고 나옵니다.
여기서 거래된 번호 가격을 다 합치면 260억 원이 넘는다는 게 사이트 운영자측 주장입니다.
[골드번호 판매자 : 가까우시면 저랑 만나셔서 그냥 직거래하시면 되고요. (안 뵙고는 못하나요?) 신규가입을 하신 다음에 저한테 그 인적사항만 알려주시면 돼요.]
가장 금액이 높은 번호 매물은 5억 3천만 원으로 웬만한 집 한 채 가격입니다.
휴대전화 번호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재산으로 개인이 사적으로 웃돈을 얹어서 사고 파는 건 불법입니다.
미래부는 개인간 번호 판매를 적발하면 번호를 회수할 수 있도록 지난 2013년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회수된 번호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 : 그런 (골드번호) 매매에 대한 행위가 포착이 안 돼서. (검색엔진 봐도 바로 나오고, 다 아는 얘기던데요.) 딱히 뭐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는데.]
[권은희/새누리당 의원, 국회 방송통신위 : 불법번호 단속 실적이 전무한 걸 보면 미래부가 번호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골드 번호 암거래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됩니다.
(영상취재 : 최남일·이용한, 영상편집 : 우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