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삼, 다즐링 등 여러 차(茶)의 주산지인 인도에서 차밭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BBC는 8일 인도 동북 지방 아삼 주의 차밭을 찾아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을 전했다.
노동자들이 하루 일당으로 받는 돈은 115루피(2천70원).
아삼 주가 규정한 최저임금 177루피(3천18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동자들이 사는 집과 식수 등을 농장에서 제공하기에 이 비용을 임금에 포함한 결과다.
차밭이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아침부터 일을 해야 하기에 노동자들은 농장 내에 마련된 숙소에 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인도에서 차밭을 경영하던 19세기부터 농장이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주택 등의 편의를 임금에 포함해 계산하도록 법률로 규정했고 이 같은 규정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차밭 노동자의 집은 곳곳에서 비가 새고 화장실이 막혔으며 식수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상당수 집이 빗물을 받아 식수로 쓰는 등 제대로 살 수 없는 수준이라고 BBC는 전했다.
이 때문에 이들 노동자는 결핵을 비롯해 설사, 호흡기 감염, 피부질환 등 이른바 '빈곤 질환'이라 불리는 병들에 많이 걸린다고 아삼대학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병원은 차농장에서 오는 환자 10명 가운데 9명은 영양실조 상태라고 덧붙였다.
아동 노동도 만연하게 이뤄진다.
트와이닝과 해러즈 등 영국 차브랜드에 차를 공급하는 아삼 컴퍼니 소유의 두무르 둘룽 차밭에서는 14세 소녀가 두 달 째 일하고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아동 인신매매 조직이 차밭 노동자들을 꾀어 그들의 자녀를 인신매매하거나 납치하는 일이 잦다.
아삼 주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4년 6월까지 현지에서 약 9천500명의 어린이가 실종됐으며 이 가운데 3천840명만이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아삼 주 바스카 지역 차밭에서 일하는 한 남성은 뉴델리에서 온 사업가 행세를 한 인신매매범에게 속아 자신의 7살 난 아들을 3천 루피를 받고 넘겼다고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에 털어놨다.
그는 인신매매범이 아들을 취업시켜 한 달에 6천 루피를 고향에 부쳐줄 수 있을 거라고 약속했지만 연락이 두절됐다며 "허리가 끊어지도록 일해도 고통밖에 돌아오지 않는 이곳에서 가난하게 살지 않았다면 아들을 일터로 보내려 했겠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차밭 노동자들은 농장을 떠나기 어렵다.
이곳을 떠나면 당장 잠잘 수 있는 집과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차를 생산한다.
차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는 350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생산하는 차는 PG팁스, 테틀리, 트와이닝 등 상표를 달고 영국 등 세계시장에 판매된다.
인도 연방정부 경제수석을 지낸 아쇽 라히리는 지난달 비즈니스스탠더드 기고문에서 차밭 노동자에게 농장이 주는 주택 등의 편의를 임금에 포함하지 말고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신 주택이나 식수 등은 사회적 비용이므로 농장이 부담하는 비용의 절반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것을 제안했다.
PG팁스 등 몇몇 회사들은 현지 농장주와 협력해 차밭 노동자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