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특별한 요구(special needs)' 장애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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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롭 씨 부부는 다섯 명의 한국 아이를 입양했습니다. 이미 네 명의 아이들이 있었지만 더 많은 아이를 키우기로 부부가 결심한 것입니다. 올해 54살인 바이런 롭 씨가 38살 때 내린 결정이었지요. 입양된 한국 아이들은 ‘롭 씨에게만’ 평범했습니다.

첫 째는 1달 이상 일찍 출산한 조산아였습니다. 둘째는 발작 장애를, 셋째는 선천성 심장 기형, 넷째는 자폐증, 막내는 뇌출혈 상태로 태어난 데다 신장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다섯 아이 모두 하나 같이 장애나 질환을 가지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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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입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롭 씨 부부는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심장 기형을 가진 셋째는 입양한 지 2주 만에 심장 절개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지만 롭 씨 부부는 입양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롭 씨에게 “왜 아프지 않은 멀쩡한 아이를 입양하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롭 씨는 “그냥 아이를 보는 순간 이 아이를 입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장애나 질환은 아무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의 수술비 등 치료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물었습니다. 롭 씨는 “좋은 보험을 가입했기 때문에 아이들 치료비 상당수는 보험회사가 처리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롭 씨는 대형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였는데 아이들을 키우는 데 경제적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부유한 편이었습니다.

연방정부나 주의 지원도 없었습니다. 롭 씨 가정을 함께 방문한 홀트 인터내셔널 직원도 “오리건 주의 경우 장애 아동을 입양할 경우 세액공제의 혜택 말고는 다른 지원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지요.

실제로 미국인이 해외에서 장애 아동을 입양하면 큰 지원은 받기 어렵습니다.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세액공제가 사실상 전부이지요. 장애인 한 명당 우리 돈 1천5백만 원 수준으로 최대 세액공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일부 주에서는 국외에서 아동을 입양할 때 최대 2천 달러를 한 번 지급하긴 하지만 이마저도 2013년 현재 13개 주에서만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입양 수수료 270만 원에 장애 등급 3급 이상이면 월 62만 7천 원씩을 만 18세까지 매월 지원해주는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적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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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차이는 역시 장애에 대한 인식입니다. 미국에서는 장애를 ‘특별한 요구(special needs)'라고 부릅니다. 사회적, 의학적으로 특별한 도움을 주면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다는 의식이 밑바탕에 깔린 것이지요. 실제 롭 씨 부부의 다섯 아이는 얼핏 봐서는 장애나 질환을 갖고 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밝게 자랐습니다.

사랑과 지원으로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지요. 홀트에 따르면 최근엔 미국으로 입양되는 아동 중 열에 여덟이 장애나 질환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그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2012년 전체 비장애 아동 1천680명 중 63%인 1천73명이 국내로 입양됐습니다. 반면 전체 200명의 장애 아동 가운데 국내로 입양된 아동은 26%인 52명에 그쳤습니다.

장애 아동을 키우는데 드는 치료비에 대한 부담도 크겠지만 이웃 등 주변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인식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장애 아동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안만큼이나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 작업이 절실합니다. 

▶ "장애는 문제가 안 됩니다"…입양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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