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 크라스키노에 있는 발해 유적지인 염주성 터에서 발해의 모든 시기를 보여주는 토층이 확인됐습니다.
이곳에서 9년째 발굴을 진행 중인 동북아역사재단은 러시아과학원 극동역사고고민족학연구소와의 작업에서 발해 전 시기 문화가 축적된 토층이 노출됐다고 밝혔습니다.
발해 건국(698년)부터 멸망(926년)까지 약 230년 간의 시간을 담고 있는 토층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염주성은 발해 62개 주 가운데 하나인 염주의 행정기관이자 발해와 신라·일본 간 교류의 거점지였습니다.
▲ 염주성터에서 발견된 발해 모든 시기 토층
발굴을 총괄한 김은국 연구위원은 "성내 북서부 지역 중 사원지와 성벽 발굴 조사지역 표토층에서 시작해 더는 유물이 나오지 않는 생토층까지 21차례에 걸쳐 최장 2m 30cm 아래까지 다듬어 간 결과 이런 성과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았던 공간층을 제외하면 토층은 크게 6개의 건축문화층으로 구분됩니다.
재단은 각 층에서 포함된 목탄시료를 여러모로 채취하고 정확한 절대연대 측정을 의뢰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발굴된 토층 최하층에서 고구려 시대의 유물로 보이는 토기가 출토됐는데 연대측정에서 맞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했음을 보여주게 됩니다.
이번 발굴의 또 하나의 성과는 '청동 낙타상' 출토입니다.
가로 1.8cm, 세로 1.9cm 크기의 쌍봉 낙타 모양의 청동상인데 이런 모양의 유물이 발견된 것은 발해유적 사상 처음입니다.
이 낙타상은 앞서 2012년 발굴된 낙타뼈와 함께 발해가 육로를 통해 서역과 교류했음을 보여줍니다.
또 같은 지점에서 청동 낙타상과 함께 같은 규모의 조형물 2점이 더 출토된 점을 미뤄 이곳이 염주성의 공예품 제작소라는 점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 저장구덩이군
발굴지역 동쪽에서는 가로·세로 1m 이상, 깊이 50cm의 저장구덩이가 4군데에 걸쳐 발견됐습니다.
저장시설이 이렇게 밀집해 나온 것은 염주성이 처음입니다.
염주성 내 음식·도구 저장시설로 보이는 저장구덩이에는 동물뼈, 대형 토기편, 부싯돌, 방추차편, 철제 꺽쇠, 허리띠 과대장식, 입방체 유물편, 각종 토기, 기와편 등이 다량 출토됐습니다.
이번 발굴에서는 지난해 발굴된 교차도로에 이어지는 동서도로 13m도 추가로 확인돼 염주성이 도시구획을 지닌 도성이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염주성 일대는 해안가에 있어 생토층까지 발굴하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이지만 다양한 시도와 지속적인 노력 끝에 첫 성공을 이뤄냈다"며 "특이 이번 발굴은 발해의 고구려 계승성과 염주성의 특성을 보여줘 더욱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발해인이 남긴 발해인 문헌과 금석문 등의 기록문화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재단은 내년부터 염주성의 관청터를 본격적으로 발굴하는 만큼 더 많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사진=동북아역사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