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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대통령님! 사드보다 인공강우 미사일이 급해요!


 오늘(30일) 아침에도 베이징에는 보슬보슬 여름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올 여름은 유독 비가 많은 것 같습니다. 2000년대 베이징 출장을 앞두고 여행 가이드북을 뒤적거린 적이 있습니다. 베이징 여행 시 준비 할 필요 없는 품목으로 ‘우산’이 또렷이 적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적어도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북쪽 지방에는 비가 드물었습니다.

 그러던 베이징의 기후가 10년 새 완전히 뒤바뀐 모양입니다. 이번 여름 들어서만 사나흘에 하루 꼴로 비가 내리고 있는데 특히 주말 밤이나 새벽녘에는 마치 미리 녹화라도 된 듯 천둥과 함께 시원스런 빗줄기가 퍼붓곤 합니다. 고마운 비는 가뭄 걱정은 물론 베이징의 아킬레스건인 스모그까지도 말끔히 씻어내 줍니다. 덤으로 여름 더위까지 날려버릴 태세입니다.

 중국 사람들은 농담처럼 얘기하죠. "우리 당(공산당)이 또 하늘에 대고 인공강우를 명령했구만!"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 이게 농담이 아닙니다.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베이징 시는 7월 말 후보지 결정을 앞두고 실사단의 점수 따기에 혈안이 돼 있습니다. 수시로 시내 물청소에 공장 가동 중단과 차량 5부제 운행으로 스모그와의 전쟁에 여념이 없습니다. 하지만 시 전역을 말끔히 청소해주는 데서는 비 만한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인공비의 유혹을 버티기 힘든 이유입니다.

 중국은 인공강우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통합니다. 황사의 원인인 사막화를 막기 위해 1950년대부터 인공강우 기술 개발에 매달려 1958년 여름 지린(吉林)성에서 항공기로 구름층에 200㎏의 소금을 뿌려 인공강우 실험에 처음 성공했습니다. 현재 인공강우 인력만 3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국 2천9백 개 현 가운데 2천3백 개 현에서 인공강우가 실시됐을 정도로 중국에서 인공강우는 이미 일반화된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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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임상범 인공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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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강우는 구름층이 형성돼 있는 대기 중에 '구름씨'인 염화칼슘이나 요오드화은을 살포해 구름입자들이 뭉치도록 한 뒤 특정 지역에 눈이나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입니다. 응결제 살포에는 항공기와 미사일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항공기를 이용할 경우 강우 확률을 높일 수 있지만 1회 실시하는데 4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7억 원의 고 비용을 수반합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바로 강우 미사일입니다. 인공강우 미사일의 가격은 한 발당 1500위안, 우리 돈으로 27만 원 정도면 충분합니다.

 자, 아래 사진을 보시죠. 지구촌의 골치인 IS의 무장 세력으로 착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분명 중국 기상당국 소속의 인공강우 미사일 발사 요원들입니다. 인공강우 미사일을 쏘아올리면 그 효과는 대개 30분~1시간 동안 지속된다고 합니다. 베이징 시가 아무리 넓다 한들 수백 발이면 너끈히 해갈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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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강우 기술은 비를 내리는 능력 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기술을 역으로 이용하면 비를 내리지 않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이른바 ‘역(逆) 인공강우’입니다. 실제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 당일 맑은 날씨를 유지한 채 비가 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이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베이징 기상당국은 올림픽 개막식인 8월 8일 오후 8시 8분을 앞두고 몇 시간 전에 공군에 통보해 인공강우 미사일 1,104발을 쏴 올려 베이징 주변 지역에만 비가 내리도록 조치했습니다. 베이징 시내 강우 확률을 0으로 낮추기 위해서였습니다. 구름을 제거해서 비를 내리지 않게 하는, 이른바 ‘소운감우(消雲減雨)’ 작전입니다.

 중국 기상국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중국 전역에서 총 55만 8,800회에 걸쳐 인공강우 미사일 975만 8,100발을 발사했고 항공기 동원은 7,303회에 걸쳐 1만 8,592시간이나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만들어 낸 인공강수량은 무려 4천897억 톤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야 왜 중국에서 열리는 주요 국제행사 때마다 청정하고 맑은 날씨가 계속되는지 이해하실 겁니다.

 물론 자연과 대기의 자연스러운 흐름인 기후를 사람들이 마음대로 조작하는 셈인 이 인공강우가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인공강우로 인한 국지적인 폭우로 물난리가 일어나거나 도심교통이 마비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만들어낸 번개가 그치지 않으면서 항공기 연착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경제까지 좌우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입장에서는 인공강우에 대한 연구 역시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과제임에 틀림없습니다. 늦었지만 우리 한국도 1990년대부터 기상청이 중심이 돼 연구를 진행해왔고, 2009년 강원 태백시에 0.5㎜의 인공비를 내리도록 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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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임상범 인공강우

 중국 남부 지방에서는 요즘 홍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관련 리포트를 보시고는 "중국 땅에 이렇게 넘쳐나는 비를 가뭄에 허덕이는 우리나라에 좀 나눠줬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하신 시청자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극심한 가뭄에 기우제라도 지내야하지 않으냐는 넋두리 속에 박 대통령이 강화도에 가서 소방호스로 바싹마른 논바닥에 물을 뿌리는 사진이 언론에 실렸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사드(THAAD)'도 중요하지만 인공강우 미사일 구입부터 타진해봐야 하지 않을까 속절없는 푸념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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