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친구'에 웃고 울던 곽경택 감독, '극비수사'로 2막을 열다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아이고마, 언놈이 '친구2'를 맹글어가꼬 고마 배리뿌따"

곽경택 감독은 지난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모든 건 영화 '친구2'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고향 부산에서 곽경택 감독은 스타다. 2001년 영화 '친구'의 800만 흥행으로 부산 시민이 가장 아끼는 영화감독이 됐다. 

그로부터 12년, 곽경택 감독은 '친구2'를 만들었다. 전국 3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장동건에 이어 김우빈을 충무로 스타로 발돋움 시켰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완성도는 곽경택 감독을 옥좼다. 부산 시민들조차 이 영화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곽경택 감독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서울 중앙지검에 있던 동생이 작년에 부산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어요. 그래서 같이 사람을 만날 일이 많았는데 하나같이  "누가 '친구2'를 만들어서 전편에 먹칠을 했다"고 욕을 하시는 거에요. 그때 어찌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혹시 '친구3'를 만들 계획이 있냐고 묻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서도 못생긴 자식이었던 '친구2'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친구2'는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기획이었어요. 당시 만들었던 영화가 계속 흥행에 실패하면서 나이든 감독의 전형적인 말로로 치닫고 있었거든요. '친구2'가 많은 관객에게 실망감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저에겐 많은 걸 얻게 해준 작품이기도 해요. 손익분기점도 넘었고, VOD 기록도 세웠고, 유오성 씨와의 관계도 회복했고 무엇보다 투자자들에게 "곽경택, 아직 쓸만하네"라는 인식을 심어줬거든요. 그래서 '극비수사'도 만들 수 있었던 거죠"

'친구'로 웃고 울었던 곽경택 감독이 신작 '극비수사'로 돌아왔다. 조심스레 예측하자면 '극비수사'는 곽경택 감독의 연출 인생 2막을 여는 작품이다. 

광고 영역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 37년간 묻혔던 진실을 세상에 알린 이유

2015년 "볼만한 한국 영화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극비수사'는 오랜만에 만나는 웰메이드 상업영화다. '도사는 예언하고 형사는 움직인다'는 광고 카피로 흥미를 끌었던 영화는 놀랍게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78년 부산에서 형사와 도사가 합동 수사 끝에 33일만에 유괴된 아이를 찾았다. 그러나 진짜 공신들은 권력층의 공따먹기 풍토 때문에 알려질 수 없었다. 무려 37년간 말이다. 

"'친구2'를 준비하면서 부산 일대에서 조폭을 많이 검거했다는 공길용 형사를 찾아가 취재를 했어요. 그 과정에서 이 사건을 알게 됐죠. "가족들을 위해서 애만 찾아주면 됐어. 사건이 문제가 아니고…. 이젠 다 지나간 세월의 뒤안길에 묻힌 이야기지"라고 말씀하시며 눈가가 촉촉해지시는 거예요. 그때 결심했어요.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요"

영화보다 영화 같은 실화를 스크린에 옮기는 과정은 발품의 연속이었다. 부산에 있는 김중산 도사와 제주도에 있는 공길용 형사를 찾아가 취재를 진행했다. 크랭크인 이후에는 부산, 서울, 울산, 대전, 진천, 광주, 밀양 등 전국 9개 도시를 돌며 촬영을 진행했다. 그의 작품을 통틀어 가장 많은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이 모든 건 인물과 시대를 제대로 재현하기 위함이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곽경택 감독은 '친구', '챔피언', '미운 오리 새끼' 등 많은 작품에서 실화를 다뤘다. 그렇다고 해서 실화를 영화화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친구'때 후폭풍을 심하게 맞는 등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실화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더라고요. 이 영화의 경우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대부분 살아있고, 또 피해자의 이해를 구해야했죠. 또 내적으로는 허구와 사실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어요. 지나치게 픽션을 부각하면 "너무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실화 중심으로만 가면 "이럴 바에 다큐멘터리를 해야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극비수사'는 감독의 사려 깊은 고민의 결과물이다. 사건보다는 인물을,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했다. 영화는 범죄의 발생과 해결 이후에 메시지를 부각하며 우리가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치를 떠올리게 한다. 이에 대해 곽경택 감독은 "소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소신이 결국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공길용 형사님이 오랫동안 사건의 수훈인 김중산 도사의 존재가 가려졌던 것에 미안해 했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김중산 도사에게 "그동안 우리 경찰이 체면상 (진실을) 못 밝혔는데...이제 신세 갚았소" 하시더라고요"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 "김윤석-유해진은 선물 같은 배우"

영화 같은 실화는 배우 김윤석과 유해진이라는 걸출한 배우와 만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곽경택 감독은 두 사람에 대해 '선물 같은 사람들'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캐스팅 과정에서 공길용 역에는 가장 먼저 김윤석 씨가 떠올랐어요. 유해진 씨는 코미디 연기에 강점을 보여왔지만 정극도 잘하리라는 믿음이 있었고요. 촬영이 끝나고 나서 그렇게 참바다 씨로 트랜스포머 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러고 보면 '극비수사'가 운이 있는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감독은 '도연'이라고 해요. 연기를 끌어내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감독은 배우가 편안하게 연기할수록 에너지를 북돋워 주고 믿어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는 거죠. 김윤석씨나 유해진 씨 모두 준비된 배우였어요. 감독으로서 더없이 편했죠"

곽 감독이 유해진에게 한 배려가 있었다. 경상도 사투리에서 해방시켜준 것이었다. 실제 공길용 형사와 김중산 도사 모두 고향이 부산이었다. 부산이 고향인 김윤석에겐 문제가 없었지만, 충청도 출신인 유해진에게 사투리 연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유해진 씨는 촬영 전에 많은 준비를 했고, 실제로 90% 이상 사투리를 잘 따라왔어요.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사투리로 내 배우에게 족쇄를 채우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김중산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배우가 사투리로 인해 연기의 폭이 좁아지는 거 같으니 선생님 고향을 좀 바꿔도 되겠냐"고 동의를 구했어요. 선생님께서 쿨하게 "아무 상관 없다"고 해주셨죠. 그 결정을 내리고 나서 어찌나 마음이 편하던지요" 

배우들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시대의 풍경은 물론이고 온기까지 고스란히 재현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말했다. 

"감독이 고집을 부리고 까다롭게 굴면 일을 어렵게 만들고 스태프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거에요. 그럼에도 저의 집요한 요구를 불만 없이 받아들여주고 따라와줬기에 "진짜 그 시절 같다"라는 칭찬도 받을 수 있게 됐어요. 고맙죠"

◆ 곽경택 감독의 연출 소신 "결과보다 중요한 건 과정"

'소신'에 대한 영화를 만든 곽경택 감독에게 연출에 대한 소신을 물어봤다. 거창한 연출관이나 철학과는 거리가 먼 영화 찍기의 기본과 같은 말이었다.

"첫 번째는 '안전'이에요. 뭐 대단한 촬영을 한다고 위험하고 아슬아슬하게 찍습니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무리하게 진행하다 사고 나고 그런 건 싫어요. 두 번째는 "현장은 무조건 밝아야 한다"입니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현장은 유쾌하고 밝아야 결과물도 좋아요. 그래서 잠도 제때, 밥도 제때 먹는 게 중요하죠.(웃음)"

곽경택 감독은 벌써 차기작 준비에 들어갔다. 소설 '완전한 심판'을 영화화한 '희생부활보고서'(가제)다. 그는 "해야 할 일이 꽉 차있지 않으면 불안해요. 그러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죠"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는 6고까지 나온 상태며 주연 캐스팅은 1~2일 내로 확정할 예정이란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그러한 삶의 에너지는 어디서 얻느냐고 묻자 "사람 만나서 술 먹고 떠드는 데서 얻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광고 영역

"저는 저녁에는 일을 안 해요. 보통 오후 7시부터는 사람을 만나요. 글은 주로 아침에 쓰고요. 그때가 제일 잘 써지거든요. 아침 6~7시 사이에 일어나서 씻고 책상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면서 오전 11시까지 시나리오 작업을 해요. 오후가 되면 능률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저녁엔 바닥을 쳐요. 그럼 또 충전해줘야죠"

이번 영화에 대한 '흥행 예감'이 좋다고 하자 "일단 기대를 많이 안 하려고요. 과거에도 김칫국 마셨다가 고배를 마신적 많아서..."라고 말했다. 다만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아서 어안이 벙벙하다는 말은 남겼다.

"저는 그저 착한 영화 한 편 내놨다고 생각했는데…. 기자들이 기존의 수사물과 다른 영화라고 호평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의도한 바가 아니었거든요. 전 트렌드를 맞추거나 관객을 타겟팅하는 재주는 없습니다. 그저 제가 꽂히면 어떻게든 만들자 주의예요. 그래서 이런 반응이 조금은 놀랍네요"

피와 폭력 대신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깐 '극비수사'에는 15세 관람가라는 달콤한 선물이 주어졌다. 곽 감독은 "가족은 물론, 고교생 조카까지 초대할 수 있는 영화는 정말 간만"이라며 "가족끼리 오셔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에요. 많이 봐주세요"라고 말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사진 김현철 기자)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