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미국 시민권' 포기 급증…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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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칸 시티즌'을 버리다

미국 시민권하면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암행어사의 마패처럼 인식되는 게 사실입니다. 미국내 유학비 감면 등 미국 시민으로서 누리게 되는 많은 혜택이나 독수리 마크가 그려진 미국 여권 소지자에 대한 해외에서의 대우 등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시민이 되기를 원하고 또 미국 그런 시민권자를 부러움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렇게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었던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사람은 3천41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2012년 932명에서 2013년에는 2천999명으로 급증한 뒤 다시 늘어난 것인데 2004년 631명과 비교하면 10년새 5배 이상 많아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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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또 다시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1/4분기까지 벌써 시민권 포기 건수가 천335건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54건보다 60%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의 시민권 포기가 대거 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 이유는 세금!

왜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는 것일까요? 이유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바로 세금 때문입니다.

2010년 제정해 지난해 7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해외금융계좌신고법 (FATCA/ 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 이 기폭제가 됐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 현지 은행뿐 아니라 외국 금융사들은 고객 중 1만 달러 이상의 계좌를 보유한 미국 납세의무자에 대한 관련 금융정보를  미국 국세청에 보고해야 합니다. 특히 외국에 살고 있다해도 재산신고를 안 하면 계좌 잔액의 최대 50%까지를 벌금으로 물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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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이 법안은 지난 2009년 스위스 투자은행의 탈세방조혐의가 드러난 뒤 미 정부가 역외탈세를 예방하겠다며 만들었습니다.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사람들은 해외에 살고 있는 미국 시민권자들입니다. 약 6백만명이 미국 밖에 살고 있는데 이들은 거주 국가에 세금을 낼 뿐 아니라 미국에도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왜냐면 OECD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은 해외거주자에게도 세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이중과세란 반발이 큰 상황에서 해외계좌에 대해 신고까지 하라고 하니 어지간한 애국자가 아닌 이상 화가 날만한 상황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국적포기 현상에 대해 "해외 미국인들이 미국 세법를 지키면서 비용을 부담하는 것보다 차라리 시민권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설명했는데 아무리 미국시민이란 자긍심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재미 한인도 가세

해외에 거주하는 미국인들뿐 아니라 재미 한인들도 미국 시민권을 반납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미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올 1/4분기 시민권을 반납한 한인이 49명에 이른다고 추산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명에 비해 배가 넘는 것입니다.

1/4분기 미국 전체 국적포기자 1,355명의 3.6%이고 미국내 한인 비율이 1%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한인들의 미국 시민권 포기율이 다른 나라 사람보다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으니 이들 한인도 해외계좌를 신고하지 않으면 이자소득의 30%까지 벌금을 물고 탈세로 판단되면 미신고금액의 50%까지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특히 법 시행뒤 은닉재산이 적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금부담은 물론 경우에 따라 징역형까지 처할 수 있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고액 자산가들이 시민권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국적을 포기하고 싶어도 쉽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요, 최근 5년간 미국 세금납부 실적이 연간 1억원대를 넘는 부자들은 전세계에 보유한 전체 재산의 30%를 국적포기세로 납부해야 합니다.

● '리치 노마드' 확산

뉴욕에서 태어난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은 소득세 문제로 미 국세청과 다투면서  "미국은 런던시에 체납한 혼잡통행료를 내야 하지만 내가 미국에 소득세를 낼 이유는 없다."고 버티다 결국 올초 미 시민권을 포기했습니다. 브라질 태생인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세버린도 높은 소득세 때문에 2012년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싱가포르로 국적을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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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스 존슨/런던 시장

이렇게 고율의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시민권을 포기하거나 고국을 등지는 '리치 노마드'(Rich nomad·부유한 유목민) 문제는 미국만의 얘기도 아닙니다. 프랑스의 대표 배우인 제라드 드파르디유와 알랭 들롱은 각각 러시아와 스위스로 국적을 옮겼는데 이유는 프랑스 정부의 부유세를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고율의 법인세를 피하려고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기업들의 사례는 비일비재합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1년부터 조세회피나 역외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해외계좌신고제도를 도입해 10억원 이상의 해외금융계좌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에 거주하는 개인과 법인은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비슷한 제도를 갖춘 것인데요 납세의 의무가 국민의 4대 의무인 우리나라에서 세금이 많다고 국적을 포기한다면 비난이 쏟아질게 분명합니다.

이중과세나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선진국에선 그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나 개인의 국적포기에 대해 미국 언론들의 반응을 보면 이제는 너무 많아 그러려니 하는 것 같습니다. 재정확보를 위해 과세를 강화하려는 일부 선진국과 이에 맞서 세금을 줄이겠다며 국경을 넘어가는 부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씁쓸한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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