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들이 쌩쌩 달리는 8차선 고속도로, 한쪽 구석에서 천천히 달리는 버스가 한 대가 있습니다. 제한속도 시속 100km. 하지만 이 버스는 가장 바깥 차선에서 비상 깜빡이를 켜고 천천히 달립니다. 절대 60km/h를 넘지 않습니다.
[이용집 / 운전기사 : 60킬로 이상으로 가다가 앞에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다 보면
이 안에 있는 장비가 고장이 날 확률이 높습니다]
겉보기에는 일반 버스와 다를 바 없는 이 버스가 이렇게 천천히 달리는 이유는 버스 안에 아주 귀한 '보물'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 '보물'의 가치는 무려 5억 원! 치과 치료용 특수의자부터 3D 치아제조 장비까지 치과 치료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췄습니다. 이 버스는 운영비만 연간 5천만 원에 달합니다.
이 버스의 책임자는 치과 전문의 주지훈 씨.
몸값만큼이나 조심스럽게 달려 버스가 도착한 곳은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한 고아원입니다. 주 씨 외에 치과 전문의 4명, 위생사 6명 그 외 기계 관리자들까지 총 15명이 버스 안에서 치과 진료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버스의 이름은 '해피 스마일 치과버스'. 이름처럼 늘 웃음이 끊이지 않고 오는 이들을 행복하게 합니다. 한 달에 2번 소외계층을 찾아 무료로 치과진료를 합니다. 올해로 4년째입니다.
남부럽지 않게 돈 잘 버는 치과 전문의 주지훈 씨. 그가 이 버스를 운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은 남부럽지 않게 고수입을 올리는 잘 나가는 치과 전문의지만, 어린 시절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등록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고, 졸업도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받은 장학금으로 겨우 할 수 있었습니다.
[주지훈 / 치과 전문의 : 제가 98년도 인턴 레지턴트 할 때 너무나 힘들었는지
그때 베체트병이라는 것이 생겼거든요]
그렇게 힘든 시절을 보내고 마침내 의사가 됐지만, 긴장과 경쟁은 사라지지 않았고 환자 진료에만 매진하게 되면서 몸이 쉽게 피로해지는 베체트병이 생겼습니다.
병을 얻은 뒤 주 씨는 살아온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됐고, 앞만 보지 말고 주변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 씨는 이러한 생각을 '해피 스마일 치과버스'로 실천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가 마냥 베풀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주지훈 / 치과 전문의 : 한 사람 한 사람씩 남들을 위해 뭔가 베풀면서 그것이 또 다른 사람을 위해서 베풀어지고 이렇게 되면 릴레이식이라 그럴까요 이렇게 해서 정말 지금보다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베풂이 번지고 번져 조금 더 따뜻한 사회가 되는 것. 시속 60km 이하로만 달리는 버스. 그 버스로 인해 세상의 온도는 오늘도 조금 더 상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