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멀어진 일본, 가까워진 중국…과연 언제까지?

미일 '신밀월' 속 중일, 한일관계 삐걱…한중 '항일'로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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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의 신밀월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와중에 일본의 역사왜곡은 날로 더해 가고, 미국은 은근히 일본 쪽에 기운 인상이 강하다. 그럴수록 이해 당사자인 한국과 중국의 일본과의 관계는 악화 일로에 있다. 이런 복잡미묘한 상황에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있었던 윤봉길의사 기념관 재개관 행사는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컸다.

4월29일 오전11시 윤봉길의사 기념관이 있는 상하이 루쉰공원은 잔뜩 흐려 있었다. 의사께서 의거를 일으킨 지 만 83년이 되는 날이다. 올해는 의거 기념식과 기념관 재개관 행사를 동시에 하는 뜻 깊은 날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을 비롯해 윤주경 독립기념관장, 김진우 윤봉길기념사업회 회장, 그리고 한국에서 건너간 수십 명의 기념사업회 회원들이 함께 했다. 나는 기자로서가 아닌 광복7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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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의사 기념관은 한중수교 이후인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상하이시가 중국 중앙정부의 비준을 받아 자체 예산으로 의거 장소인 루쉰공원 안에 정자를 건립함으로써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중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시기였던 터라 일본의 눈치를 보며 적극적인 지원을 꺼려했다. 당장 정자의 명칭부터 ‘윤봉길’ 이름은 물론 윤의사의 호인 ‘매헌(梅軒)’조차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우리 측은 매헌정(梅軒亭)으로 이름을 추진하였으나 중국정부는 아예 윤봉길의사의 흔적조차 느낄 수 없는 매정(梅亭)으로 결정했다. 당연히 정자 내부에는 윤의사 초상화와 간단한 안내문만 걸렸을 뿐 기념관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2002년 의거 70주년을 맞아 특별전시회가 열렸고, 이후 중국 정부를 설득해 이듬해 전시물을 설치한 기념관을 개관했다. 기념관 명칭을 현재의 매헌(梅軒)으로 고친 것도 그로부터도 한참 뒤인 2009년에서야 성사됐다. 중국이 한국보다는 일본과의 관계를 더욱 신경쓰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외교무대에서 우리는 중국에게 일본보다는 후순위로 저만큼 밀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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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뿐 만 아니라 기념식에도 중국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의 고위 관료들도 참석하지 않았고 우리 측 행사 참석자들에게 태극기조차 들지 못하게 했다. 일본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행사에는 단상에 대형 태극기가 세워졌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으며 한국에서 온 성악가들이 ‘그리운 금강산’을 불렀다. 행사에는 기념관이 있는 홍커우구의 부구장(우리나라의 부구청장)이 지방정부의 대표자격으로 참석해 축사를 했다. 중국 당국과 실무를 협의해 온 국가보훈처 김주용 호국정책과장은 “아직도 어려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몇 년 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며 “특히 상하이 같은 도시의 협조는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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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개관한 기념관 역시 일단 규모로만 봐도 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졌다. 20평 남짓의 기념관은 주변 공원을 편입해 2천5백평으로 늘어났고 별도의 울타리도 둘러 쳐졌다.  지난 6개월간 공원의 문을 닫고 전면 개보수에 들어가면서 시설도 깨끗해졌고 의사의 업적과 일대기를 다룬 전시물과 영상물이 새로 제작됐다. 공원 곳곳에 ‘윤봉길 기념관’이라는 한국어 안내판을 내걸고 단순히 정자가 아닌 명실상부한 기념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우리 국가보훈처는 여기에 1억5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했고 각종 자료도 협조해 한중간의 우의를 돈독히 했다. 보훈처는 윤의사가 폭탄을 투척한 공원 내 의거 현장에도 표지석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올 하반기 재개관을 목표로 상하이와 충칭의 낡은 임시정부 청사도 대대적인 정비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초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 건립에서 보여준 중국의 ‘친한정책’이 전례없이 계속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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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자칫 오판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일련의 이런 중국의 변화가 진정으로 한국과의 완벽한 관계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상대적으로 한일, 중일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중국이 예전과 달리 일본의 눈치를 보지 않음에 따라 한중관계가 돈독해진 듯 보일 뿐이다. 허동현 경희대 한국현대사연구원장은 “한중 관계는 독립변수가 아니라 한일 관계에 따른 종속변수일 수 밖에 없다”며 “중국의 필요에 의해 언제 자세가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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