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김무성·유승민 '투톱', 연금 해법 놓고 이견 노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6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여당 지도부의 대응에 미묘한 균열 조짐이 엿보였다.

100일 가까이 호흡을 맞춰 온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투톱' 체제가 야당과의 연금 개혁 협상 국면에서 이견을 드러낸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4시30분께 여야 원내대표의 협상장을 전격 방문, 지난 2일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의 4자 회동에서 합의된 문구에 수정이 가해지는 데 대한 강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당초 합의문에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재정절감분의 20%를 공적연금 강화에 활용한다거나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한다는 명시적인 수치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날 여야 원내지도부의 협상 과정에서 이런 수치를 국회 규칙의 첨부서류에 넣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어려운 과정을 거쳤으면 (자당 의원들을) 설득해 합의를 지키는 노력을 해야지, 욕먹기 싫어서 합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새 요구를 걸고 나오는 게 정치지도자가 할 일인가"라며 "당내에서 욕먹을 게 겁나면 정치를 안 해야지"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는 표면적으로 '20%-50% 명시' 요구를 들고 나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를 향한 불만의 표시지만, 이면에선 야당의 요구를 일정부분 받아주려는 듯한 유 원내대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 대표는 "합의를 지켜야지, 합의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얼마나 어렵게 한 합의인데"라고 노기를 애써 감추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는 일단 당내 '서열'에서 상위에 있는 김 대표의 발언에 즉각적인 반응을 가급적 삼가면서도 내심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의원총회에서 오늘 결론을 내고 끝까지 할 생각이었는데, 막판에 (김무성) 대표께서 당의 화합이나 청와대와의 관계를 고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당 최고위원회가 '20%-50%의 부칙 첨부서류 명시'에 제동을 걸자 의총에서 개혁안 처리에 대한 의원들의 찬반 표결을 물어서라도 본회의 처리를 어떻게든 성사시키려 했으나, 김 대표가 찬반 표결마저 제지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당 투톱의 균열 조짐이 노출되는 가운데 친박계 의원들은 지도부를 정조준했다.

당장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과의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지도부를 거칠게 몰아세웠다.

서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 안은 못 받는다, 다시 협상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준안의 단독 처리로 '20%-50%의 첨부서류 명시'에 마지노선을 그을 수밖에 없는 야당의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친박계로선 사실상 지도부를 진퇴양난의 형국으로 몰아넣은 셈이다.

실제로 친박계인 김태흠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에게 "(의총에서 표결 전에) 당 지도부가 사퇴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른 친박계 핵심 의원도 "이 정도로 야당과의 협상에 무능한 지도부는 처음 봤다"며 "협상 능력이 너무도 한심해 뭐라고 평가할 가치조차 없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연합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