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회초리 맞으러왔다…기득권 놓을것"…광주서 반성문


새정치민주연합이 4·29 재보선의 참패 후폭풍으로 휘청거리는 가운데, 문재인 대표는 4일 가장 아픈 패배를 당한 지역인 텃밭 광주를 찾아 허리를 숙이며 호남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문 대표는 "새롭게 창당하는 각오로 뼛속부터, 뿌리부터 환골탈태 하겠다. 완전히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쇄신을 거듭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광주공항에는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문 대표의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당내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광주행으로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고개숙인 文 "회초리 맞으러와…기득권 모두 내려놓겠다" = 문 대표는 이날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을 돌며 "제가 부족했던 탓이다. 누구 탓을 하겠나. 면목이 없다", "회초리를 한번 더 맞는 심정으로 왔다. 꾸짖어 주시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렬히 반성하겠다"며 연방 고개를 숙였다.

문 대표는 "당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저부터 앞장서겠다"며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유능한 경제정당 책임있는 안보정당으로 흔들림없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친노니, 비노(비노무현)니 이런 계파 소리 나오지 않게끔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서는 '천정배 신당'과 관련, "광주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우리 당이 더 크게 혁신하고 더 크게 통합해 호남 뿐 아니라 바깥에서도 이기는 당이 되라는 것"이라며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야권의 분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 시민들이) 자기 자식을 더 호되게 혼내는 그런 심정으로 따가운 질책을 주셨다"며 "전화위복으로 삼아 총선에서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 더 크게 통합해 대선에서 이기는 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광주 민심을 오독한 것에 대한 사과도 이어졌다.

문 대표는 "지역분할구도에 안주해선 안된다는 광주시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고, 호남의 지지에 안주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남에서야 (주민들이 일이) 잘 안되면 정부 비판을 하지만, 호남에서는 우리 당이 여당과 같은 위치"라면서 "우리 당은 호남의 농촌 문제도 대변하지 못했고, 일종의 기득권처럼 인식됐다"고 되돌아봤다.

문 대표는 또 "광주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다 졌기 때문에 뼈가 아프다"면서 "선거 때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되고, 평소에도 자주 와서 지역민심을 듣고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몸을 낮췄다.

이어 "새정치연합이 부족하다고 무너뜨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광주 민심이 새정치연합을 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정신을 차리라고 회초리를 아프게 쳤다고 본다"며 '미워도 다시 한번'을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표는 "선거 패배로 박근혜 정권의 경제실패 인사실패 부정부패에 면죄부가 주어지고 덮어져서는 안된다"며 "정부의 실정을 제대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유능한 야당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일부 시민단체 "호남민심 우롱말라"…'역풍'도 우려 = 지역 시민단체 인사 30여명은 문 대표의 도착시간에 맞춰 광주공항에서 '문재인은 더 이상 호남 민심을 우롱하지 말라', '호남이 봉이냐', '호남을 우습게 보지 말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표를 지지하는 시민들과 고성을 주고받는 등 가벼운 충돌도 벌어졌다.

결국 문 대표는 이들이 시위를 벌이는 정문이 아닌, 귀빈실을 통해 공항 밖으로 나갔다.

시민과의 만남에서도 문 대표를 향한 따가운 질책이 이어졌다.

한 주민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공천을 잘하라"고 했고, 다른 주민도 "지난해 시장 공천 때부터 참 소란스러웠고, 아쉬웠다"고 질타했다.

당내서는 자칫 이번 문 대표의 호남행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선거 패배에 대한 혹독한 분석 등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인사하러 가는게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노 진영의 한 초선의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전에 최고위원들과 상의하거나 충분한 준비를 거치지 않은채 무작정 광주로 갔다"면서 "호남정서를 너무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 대표가 호남 주민들에게 약속한 '전면쇄신'에 대해서도 충분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람·제도·정책·당의 운영방식 등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는 문 대표가 본인부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런 노력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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