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검은돈', 환치기로 중국에 빼돌려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돈 등을 '환치기' 수법으로 중국에 불법송금한 환전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익 등 약 150억 원을 중국에 불법 송금한 혐의(외국환거래법위반 등)로 환전업자 6명을 검거해 이 중 이 모(28)씨 등 2명을 구속하고 홍 모(36)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중국동포 출신인 이 씨는 보이스피싱 인출책 김 모(29)씨의 송금의뢰를 받아 2천770만 원을 중국 총책 계좌로 보내는 등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약 4개월간 총 2천697만 위안(약 48억9천만 원)을 불법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환전업자 김 씨는 약 21억7천만 원, 홍 모(36)씨와 김 모(44)씨는 총 83억 원 상당을 불법송금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씨 등은 중국동포들이 밀집한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면서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로 빼돌린 한화 자금을 받은 뒤 각자 정한 환율에 따라 중국 총책의 계좌에 위안화를 송금했습니다.

과거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인 '따이공'을 통해 범죄조직의 자금이 중국으로 건너갔지만, 최근에는 중국동포 밀집지역의 환전상에서 불법 송금을 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은행을 이용하면 1천만 원 이하를 송금하더라도 건당 3만 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사설 환전소의 경우 500만 원 이하만 1만 원의 수수료를 받고 그 이상은 따로 돈이 들지 않습니다.

더구나 국세청에 송금 내역을 신고하지 않고 기록도 남지 않아 범죄조직의 자금 해외유출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시흥 이외에도 중국동포 밀집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영등포구와 구로구에는 환전소가 각각 65개, 47개가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돈을 국외로 빼돌리는 데 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환전상을 운영하는 A씨는 "2∼3년 전부터 젊은 사람 여러 명이 함께 와서 환율에 상관없이 급하게 송금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1천만 원, 100만 원 식으로 딱 떨어지게 환전하지 않아서 보이스피싱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진술에 따르면 환전소를 통하지 않고 중국으로 돈을 송금할 방법이 거의 없다"며 "환전소의 환치기 송금행위를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이번에 검거한 환전상에 불법송금을 의뢰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42명을 사기 혐의로 체포하고 29명을 구속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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