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무기수 '늑장대응'속 자살…"귀휴제 점검 필요"


귀휴를 나간 뒤 잠적했던 무기수 홍승만(47)씨의 도주 행각이 결국 자살로 막을 내렸습니다.

강도살인죄로 복역하다가 사회적응 차원에서 귀휴를 나갔던 홍씨는 귀휴 복귀일인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친형의 집을 나서 잠적한 뒤 강원과 부산, 울산, 경남 양산 등을 돌며 도주 행각을 벌이다가 8일만인 오늘(29일) 경남 창녕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홍 씨의 자살로 일단락됐지만, 당국의 늑장대응, 교정당국과 경찰 간의 엇박자, 귀휴제도의 허점 등 여러 부분에서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교정당국은 무기수인 홍 씨를 귀휴시키면서 교도관의 동행 없이 가족 보증을 조건으로 4박 5일 일정을 소화하게 했고, 잠적 이후 인권과 자체 수사권을 이유로 공개 수배에도 늑장을 부리는 등 허술한 대응을 계속했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무기수가 휴가를 나오는 것부터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고, 홍 씨가 강도살인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귀휴제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제기됐습니다.

이번 사건의 1차적인 책임이 있는 교정당국은 사건 초기부터 인권과 자체 수사권을 운운하며 뒷북 수배 등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홍 씨는 지난 21일 오전 잠적한 이후 택시와 기차,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져 당국이 공개수배만 빨리 내렸더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검거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교정당국은 사건 발생 초기 "홍 씨가 교도소에서 성실히 생활했고 모범수였기 때문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얼굴이나 인적사항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이후에도 가족에게조차 연락이 없는 홍 씨의 '인권'과 '72시간 자체 수사권' 등을 주장하며 공개수배를 미적거렸습니다.

또 홍 씨가 귀휴 때 머물렀던 경기도내 가족들 거처, 펜팔 애인 집 주변 등에 대한 잠복과 탐문 역시 경찰 수사 협조없이 자체 진행하는 우를 저질렀습니다.

결국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홍 씨는 기차와 버스 등을 타고 유유히 서울을 빠져나가 강원도를 거쳐 부산으로 잠입했습니다.

교정당국은 홍 씨의 잠적 이틀 뒤인 23일 오후 뒤늦게 공개수배를 내리면서도 경찰에 적극적인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아, 홍 씨가 이용한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택시 등에서 홍 씨를 조기에 검거할 수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경찰은 교정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발생 자체가 다른 기관에서 시작된 상황에서 다른 기관이 적극적인 행보를 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교정기관에서 도주 사건이 발생하면 '72시간 자체 수사권'을 갖기 때문에 경찰에서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교정기관에서 도주사건이 발생했을 때 수사당국과 협조 체계를 좀 더 견고히 하는 제도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교정당국은 장기수나 곧 출소를 앞둔 재소자를 대상으로 사회 적응을 위해 '귀휴'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귀휴 대상자의 선정은 귀휴심사위원회에서 전체 재소자 중 귀휴 조건에 맞는 재소자를 상대로 심사를 통해 귀휴 여부를 결정합니다.

홍 씨가 수감돼 있던 전주교도소의 귀휴심사위원회는 과장급 직원과 외부위원 등 8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홍 씨의 귀휴는 지난 3월에 열린 '귀휴심사위원회'에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도관의 동반 여부도 귀휴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원칙상 무기수도 귀휴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으며, 홍 씨도 '사회 적응'을 이유로 이번 귀휴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이 전주교도소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홍 씨의 경우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상태이고 가석방이나 감형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교도관의 감시 없이 귀휴를 보낸 것은 교정당국의 명백한 실수라는 지적입니다.

전주교도소 관계자는 "홍 씨가 장기간 성실히 복역했고 모범수였기 때문에 귀휴 대상자에 포함됐다"며 "무기수가 귀휴 대상자로 선정되는 데는 제도상 아무런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수사당국 관계자는 "이번 홍 씨 사건을 통해 귀휴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며 "무기수의 경우 도주 위험성이 크고 만약 도주 뒤 검거가 되더라도 추가 형량에 따른 부담이 적다는 문제점이 있는 만큼 귀휴제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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