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합의없이 美에 어음"…일본서 미일가이드라인 비판론

진보성향 신문들 사설서 지적…"전수방위·안보조약 틀 넘었다"


'국내 합의 없이 미국에 어음을 끊어줬다.'

미일동맹의 행동반경을 전세계로 확대하는 내용의 새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이 도출된 다음날인 28일 아사히 신문은 사설에서 가이드라인 개정을 이같이 비유했다.

일본 안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을 반영한 안보법제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사실상 '초법적'인 합의를 했다는 비판이었다.

아사히는 '평화국가의 변질을 의심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헌법의 제약과 미일 안보조약의 틀은 어딘가에 놓아두고 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수방위(오직 방어를 위한 무력만 행사)'를 표방하는 평화헌법의 규정과 '극동'을 넘어서는 지리적 공간은 상정하지 않은 미일안보조약의 용인 범위를 넘었다고 지적한 것이다.

사설은 또 연립여당(자민·공명당)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노출된 자위대의 해외 기뢰 제거 활동도 새 가이드라인에 포함된다고 소개하고 "미국에 대한 공약을 앞세워 국내의 논의를 소홀히 하는 정부 태도는 용납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더불어, 사설은 새 가이드라인에 입각한 자위대의 해외활동 확대에 수반될 방위비 증액, 해외 자위대원들의 테러 피해 위험 고조 가능성 등을 거론하고, "전후 70년을 맞이한 올해 재차 일본의 방향감각을 되묻지 않으면 안 된다"고 부연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국민 부재의 안보개정'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센카쿠를 둘러싼 대 중국 억지력 강화가 기대된다는 시각에 대해 "실제로 센카쿠 주변에서 일중간 예측 불허의 사태가 생길 경우 미국이 다툼에 개입할지는 그때가 되지 않으면 모른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또 새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미국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자위대가 미군과 공동으로 경계·감시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지적하고, "자위대가 남중국해까지 활동을 확대하는 것이 일본의 힘에 어울리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도쿄신문 사설은 "가이드라인 개정과 (일본의) 안보법제 정비로 자위대가 해외에서 무력을 행사할 우려가 높아진다"며 "일본의 '전수방위' 정책은 근본에서부터 뒤집힌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익명으로 아사히의 취재에 응한 전직 방위상은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일본이 '할 수 있다'고 해서 기대했다가 거절당하는 일"이라며 가이드라인에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일본에 정치적 의무가 무겁게 부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7년 1차 가이드라인 개정에 관여했던 야나기사와 교지(柳澤協二) 전 관방 부(副)장관보(안보담당)는 "지난번 개정은 헌법과 미일 안보조약의 틀 안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안보조약의 범위를 넘었다"며 "사전에 국회 논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 언론인 요미우리 신문은 '일미동맹의 실효성을 높이고 싶다'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자위대와 미군이 '빈틈없는 대응'의 틀을 마련한 것을 평가하고 싶다"고 적었다.

산케이 신문은 '평화를 지키는 동맹의 재구축, 중국에 대한 빈틈없는 대응을'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한 미일동맹 강화 효과를 높이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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