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불교도, 대재앙 어떻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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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힌두교, 불교 유적들이 무너져 내렸다.

파괴와 재생의 신 시바에 봉헌된 시바사원, 우주 질서를 유지하는 비슈누신을 지키는 나라얀사원의 탑도 이번 지진의 충격에서 비켜나지 못했다.

카트만두에 위치한 이들 사원은 평소 같으면 힌두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성지였다.

무엇보다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많은 이들의 생의 터전을 송두리째 뒤흔든 이번 지진은 대재앙으로 기록될 만 하다.

CNN방송은 27일 매사추세츠 홀리크로스대학의 아시아 종교 문제 전문가인 토드 루이스를 인용해 네팔의 종교가 지리적 고립성, 문화적 다원성, 종족구성의 다양성 등의 요소에 의해 형성됐다며 종교적 시각에서 이번 대재앙을 설명했다.

현재 네팔 인구의 80% 이상이 힌두교 신자이고 불교(9%), 이슬람교(4.4%), 기독교(약 1%) 신자가 그 뒤를 잇는다.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네팔의 힌두교, 불교 신자들은 이번 대재앙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루이스는 힌두교, 불교는 강력한 유일신을 섬기는 기독교 및 이슬람 전통과는 다른 방식으로 비극적인 사건을 본다고 말했다.

유일신을 섬기는 종교에서는 그 신이 대재앙을 불러온다고 보지만 이 두 종교는 그렇지 않다.

일부는 카르마(karma), 즉 업보 탓으로 본다.

인간의 선악 행업으로 말미암은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지진, 쓰나미 등 대재앙을 업보와 관계없는 초(超)도덕적 사건으로 본다.

분노한 신이 일으킨 것도, 악인을 벌주기 위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루이스는 "불교, 힌두교 경전은 무슨 어마어마한 우주 논리 없이 우발적으로 어떤 일이든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기원전 2세기 서북 인도를 지배한 그리스인 바크트리아왕 미린다와 불교승 나가세나의 불교교리 문답 경전인 '미린다왕문경(彌蘭陀王問經)'은 부처가 사람에게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이 좋든 나쁘든, 업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불교도, 힌두교도들이 세상이 종말로 치닫는데도 팔짱끼고 바라보기만 하는 운명론자는 아니다.

두 종교의 많은 신도는 지진 소식을 듣자마자 나름의 교의에 맞게 즉각 행동에 나섰다.

티베트불교 신자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네팔인들에게 지지와 위로를 뜻을 전하며 여러 사원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옴마니반메훔'이라는 주문은 페이스북에서 이번 네팔지진과 관련해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이기도 하다.

'연꽃 속의 보석'을 뜻하며 팔만사천 경전의 의미를 압축하고 있다는 '옴마니반메홈' 주문을 외우면 관세음보살이 나타나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티베트불교도는 믿는다.

이번 지진은 수백년간 이어온 관음 재일(齋日) 기념법회(관세음보살을 기리는 기념법회)를 진행하던 중에 일어났다고 루이스는 전했다.

네팔에서 사망자들에게 좋은 옷을 입혀 화장하는 것도 외부인들에게는 이상하게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공동묘지가 없는 네팔에서는 화장이 망자를 최상으로 대우해 떠나보내는 방식이다.

힌두교도나 불교도 모두 환생을 믿는데, 사망 뒤 바로 육신이 파괴되지 않으면 영혼이 떠나지 못하고 지상에서 배회하게 된다.

지진 바로 다음날인 26일부터 카트만두 칵타푸르에서는 희생자 가족들이 모여 화장식을 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장작더미 위에서 사자의 머리 부분이 완전히 재로 변했을 때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간다고 두 종교의 신도들은 믿고 있다.

재로 변한 유해는 힌두교, 불교 모두 신성시하는 바그마티 강에 뿌려진다.

"육신은 가고 영혼은 살아 남는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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