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장막' 세우는 유럽…"푸틴·난민을 막아라"


2차 세계대전 후 소련 진영의 폐쇄성을 비판하는 데 사용됐던 용어 '철의 장막'이 유럽에서 부활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비유로 쓰인 말이지만 지금은 러시아의 위협과 난민 및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유입을 막기 위한 '진짜 장벽'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6일(현지시간) '유럽의 새로운 철의 장막'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물리적 장벽을 세워 국경통제를 강화하려는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불가리아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먼저 장벽 건설을 꺼내든 것은 우크라이나입니다.

1년 전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이 꺼내든 아이디어로 북동부 하리코프부터 이미 장벽 세우기가 시작됐습니다.

러시아가 국경을 넘어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에 군사지원을 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동부 2천400여㎞에 장벽을 올리는 한편 감시탑을 세우고 무장병력을 배치한다는 계획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의 일원은 아니지만 대러시아 정책에 있어 EU와 입장을 같이합니다.

우크라이나는 장벽 건설에 3∼4년간 5억 달러(5천300억 원)가 들 것으로 보고 있으며 EU의 지원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철의 장막'은 우크라이나 국경에만 들어서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 러시아와의 국경통제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폴란드는 감시탑을 선택했습니다.

폴란드 북부 그단스크는 러시아의 서쪽 영토 칼리닌그라드와 붙어있습니다.

폴란드는 50m 높이의 감시탑 6개를 세워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 병력 강화에 대비한다는 방침입니다.

감시탑 건설에는 1천400만 즈워티(40억 원)가 소요되며 이 중 75%를 EU 기금에서 지원합니다.

국경통제용 장벽은 EU 최빈국 회원인 불가리아에서도 등장했습니다.

터키와 국경을 맞댄 지역에 3m 높이의 철조망 담벼락을 둘러쳐 난민 유입을 막겠다는 것입니다.

불가리아의 뒤처진 경제사정으로는 육로로 밀려드는 난민들을 감당할 수 없으며 난민 속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도 섞여 있을지 모른다는 게 장벽 건설의 이유입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불가리아의 국경 통제로 육로 대신 바닷길을 통해 유럽행을 택하는 난민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지중해 상의 난민선 전복 사고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데이비드 프리스트랜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다 제거됐다고 생각했던 냉전 시절의 장벽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면서 "1990년대에 기대한 것과 달리 우리는 자유롭게 무역을 하고 이동할 수 있는 멋진 세상에서 사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장벽 건설은 실제적인 효과 때문이라기보다는 자국민 안정을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칼립소 니콜라이디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장벽은 국경통제의 극단적인 표현"이라며 "물리적인 장벽은 이유야 어떻든 보호와 안전의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며 정치인들로 하여금 '외부의 위협에 안전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도록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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