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후 타격'으로 '부수적 피해' 부르는 드론 공습


지난 1월 미군의 알카에다 공습 과정에서 애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드론(무인기) 공습의 정확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 등에서 미 지상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알카에다 조직 등의 테러 용의자를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드론을 이용한 공습을 해왔다.

그러나 상당수 공습에서 선량한 민간인 희생자가 계속 발생하면서 드론을 활용한 공격의 정확도는 물론 작전의 정당성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인용한 현지 탐사보도단체 자료를 보면 2004년 이후 최소 521회의 미군 드론 공격이 있었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은 2009년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드론 공습 사망자는 4천600명, 민간인 희생자는 500∼1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뉴욕타임스(NYT)도 23일(현지시간) 드론 연구 전문가인 미국외교협회 마이카 젠코를 인용해 522차례에 걸친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3천852명이 숨졌으며 이 가운데 476명이 민간이었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신원이 확인된 특정 지도자가 아니라 테러단체 구성원이라는 의심이 가면 미 중앙정보부(CIA) 등에 공격을 승인해왔다. 이른바 '징후 타격'(signature strike)이다.

이런 공격은 행동 패턴이 수상해 보이는 개인이나 집단을 무차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파키스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장례식, 결혼식 참석조차 꺼리는 분위기까지 생겼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수백 차례 공습했지만 알카에다를 물리치거나 조직을 약화시키지도 못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테러와는 무관한 민간인 희생자만 양산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해명처럼 단순히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젠코는 드론 공격으로 인한 이번 인질 사망과 관련해 "백악관이 건물과 시설을 알카에다 지도자로 의인화함으로써 공습과 관련한 자체 규정을 위반했다. 이번 사례는 드론 공습에 적용되는 '준 확실성'(near certainty)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드론 관련 기사를 여러 건 다루면서 한 제목을 "드론 공격, 불편을 진실을 드러내다: 미국은 종종 누가 죽을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달아 문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유진 로빈슨은 칼럼에서 "드론 공격은 속성상 무고한 민간인들을 죽일 가능성이 크다"며 "서구인들이 불행한 희생자가 될 때까지는 이런 추한 사실을 무시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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