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원전 질소 누출사고는 '인재'…"가스 샌다" 보고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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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신고리원전 3호기 질소 누출사고의 원인은 '밸브 이상'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무시한 한수원 측의 과실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신고리 3호기 건설현장 보조건물 지하 밸브룸 질소누출 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전본부 원자로 설비과장 주 모(4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또 한수원 고리원전본부 안전 관련 책임자 3명, 시공사인 두산중공업·현대건설의 현장관리자 3명, 시공 하청업체 현장책임자 2명 등 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설비 관련 총괄 책임자인 주씨는 이번 질소누출 사고와 관련해 '밸브 이상'을 보고받고도 조치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밸브룸에는 사고 22일 전인 지난해 12월 4일 가스조절설비인 구동기 교체작업이 있었습니다.

경찰은 같은 날 교체작업을 완료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밸브에서 '쉬∼'하며 가스 새는 소리가 난다"고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주 씨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근로자들이 질소가 이동하는 밸브 아래쪽에서 새는 소리가 난다고 알렸지만, 주 씨가 이를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주 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체 후 테스트 과정에서 질소가 밸브 안으로 지나다니는 소리거나 공기가 이동하는 일상적인 소리인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질소가 새는 소리와 밸브 내를 통과하는 소리 자체가 다르고 공기가 이동하는 곳은 밸브 위쪽이라서, 밸브 아래쪽에서 이동하는 질소 누출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주 씨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또 사고 밸브룸에 환풍기가 설치돼 있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누출된 질소가 밸브룸 내에 쌓이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한수원 고리원전본부 안전팀장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평소 가스밸브의 안전점검을 소홀히 하고 직원 대상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두산중공업과 현대건설 현장책임자 3명과 사고 당시 합당한 구조작업 지시를 내리지 않은 시공사 협력업체 현장감독 등 2명을 역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신고리 3호기 건설현장 보조건물 밸브룸에서는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4시 30분 질소 가스가 누출돼 협력업체 안전관리 직원 손 모(41)와 김 모(35)씨, 안전관리 용역업체 직원 홍 모(50)씨 등 3명이 질식해 숨졌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질소가 통과하는 밸브(다이어프램)를 점검·보수하는 과정에서 밸브 덮개를 설계도면보다 강하게 죄어, 밸브가 손상돼 질소가 누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밸브는 지난 2009년 12월 17일 설치된 것으로 사고 당시 수명연한(5년)을 일주일가량 초과했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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