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사면법 시행 앞서 2007년말 특사 '막차' 탄 성완종

항소심 선고일 사면절차 강화 사면법 개정안 국회 통과


2007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배임증재 혐의로 서울고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당일은 공교롭게도 사면 심사를 강화한 사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날이었다. 

성 전 회장은 이 개정 사면법에 따라 사면심사위원회가 본격 가동되기 전 상고를 포기해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때 성 전 회장은 변호인 조언을 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법률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상고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는 2007년 11월 23일 오전 10시10분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성 전 회장에게 원심처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에서는 사면법 개정안이 재적 의원 198명 중 196명 찬성, 2명 기권 등 사실상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이듬해 상반기부터 엄격한 사면 절차를 도입하는 내용이었다.

사면법 개정은 예고된 일이었다. 본회의 이틀 전 법제사법위원회는 그동안 여야 의원 8명이 각각 대표 발의한 사면법 개정안을 전부 폐기하고 소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내놓은 대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법사위원들은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 특사를 상신할 때 사면심사위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사면심사위는 법무부 장관 등 9명으로 구성하되 4명 이상의 민간위원을 두도록 했다.

당시 정성진 법무부 장관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을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개정안 일부 조항의 '심사'를 '심의'로 바꾸자는 의견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무소속 조순형 의원은 사면심사위 기능을 자문에 국한하는 것으로 명시하면 대통령의 무제한적인 사면권을 견제하기 위한 법률 개정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 전 회장은 이 같은 정치권 기류를 파악하고 사면 절차가 강화되기 전 마지막 특사 기회를 잡으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항소심 선고 후 변호인에게 상고 여부를 상의하지도 않았다.

항소심에서 성 전 회장을 변호한 A씨는 "본인이 굉장히 억울해하면서 무죄를 주장했는데 유죄 판결 후 연락이 끊겼다"며 상고 포기는 변호인의 조언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은 항소심 후 상고하지 않아 그해 11월 30일 집행유예가 확정됐고 불과 한 달 만인 12월 31일 특사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이름은 특사 발표 직전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3명의 상고심은 사면심사위가 2008년 3월 가동된 이후인 그해 4월 24일 선고됐다.

성 전 회장이 상고해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면 2005년 5월 한 차례 특사 전력 때문에 사면심사위를 통과하지 못했을 수 있다.

법무부는 특사 대상자 75명 중 43명의 실명만 공개했고 성 전 회장은 소리 소문없이 전과를 씻었다. '경제인' 자격으로 특사를 받은 그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성 전 회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후 상고해 작년 5월 2일 대법원에 선거법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은 대법원이 자신에게 적용된 선거법 114조 1항에 위헌 소지가 없다고 판단하자 형 확정 후인 그해 7월 25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해 사실상 '세 번째 특사'를 시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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