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물 쓰듯 하던' 시대 지나자 곳곳에서 '물 분쟁'

댐·취수장 건설과 물값, 환경 문제가 주요 원인


'물을 물 쓰듯 하던' 시대 지나자 곳곳에서 '물 분쟁'  (전국종합=연합뉴스) '물을 물쓰듯하던' 시대가 지나면서 전국 곳곳에서 '물 분쟁'이 빚어지고 있다.

마실 물 확보를 위한 댐 및 취수장 건설과 물값 갈등, 환경문제 등이 분쟁의 주요 원인이 되는 가운데 분쟁이 20여년간 지속하는 곳도 있다. 지역중에서는 낙동강 수계의 분쟁이 가장 심한 상황이다.

◇ 페놀 유출 사고로 시작된 '낙동강 유역' 물 갈등

1991년 3월 14일 경북 구미시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파이프가 파열되면서 페놀 원액 30여t이 '영남의 젖줄'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구와 경남, 부산 등 낙동강 수계 1천만 주민의 식수 공급에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1994년 부산을 포함한 영남지역에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었다. 이것이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영남지역과 전북 일부 지역에서 빚어지는 갈등의 시작이 됐다.

정부는 남강댐 물 50만㎥와 합천댐 물 50만㎥를 부산에 공급하는 방안(1994년), 합천댐 물을 부산·경남에 36만㎥와 14만㎥를 일단 공급한 뒤 차후 남강댐을 개발하는 방안(2004년), 취수 지점을 황강 하류 쪽으로 옮기는 방안(2006년), 남강댐 수위를 높이고 물 107만㎥를 공급하는 방안(2008년), 남강댐 물과 낙동강 강변여과수 물을 부산과 경남에 공급하는 방안(2011년) 등 갖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주민의 재산권 침해 반발, 하천의 건천화 우려, 지자체 간 합의 실패 등으로 번번이 무산되거나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에 지리산댐(문정댐) 건설을 추진하면서 영남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지자체는 물론 전북도의회와 남원시의회까지 백지화를 요구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홍수조절용'으로 건설하겠다고 밝혔으나 홍준표 경남지사는 '식수 공급' 기능을 가진 다목적댐으로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상황이다.

댐 건설을 반대하는 측은 환경 파괴와 경제성 결여, 국가명승지로 지정해야 할 용유담 수몰, 지리산 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낙동강물 불안으로 인한 갈등은 대구시와 구미시 사이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대구시는 10여년전부터 달성군에 있는 문양취수장과 매곡취수장을 구미공단 상류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구미시는 취수원을 상류로 이전할 경우 구미시민 식수와 구미공단 공장용수 및 농업용수 부족,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으로 인한 개발 제한 등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 물값과 댐건설도 갈등의 원인

인천시는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팔당취수장과 풍남취수장에서 공급받는 수돗물 원수 구입 단가를 인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t당 구입비가 126원으로, 서울의 50원, 부산의 42원, 대구의 75원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인천은 댐이 없어 구입비가 비싸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단일요금제 원칙을 깨고 인천시에만 원수를 싸게 공급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과 용인, 안성은 취수장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평택 관내 송탄취수장은 평택시 진위면, 서탄면, 독곡동, 신장 1·2동에, 유천취수장은 평택시 팽성읍과 비전 1·2동에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송탄취수장으로 인해 상류인 용인 남사면 봉명·진목리가 1979년, 유천취수장으로 인해 상류인 안성시 공도읍 중복·건천·신계리가 1979년 각각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토지이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

용인시와 안성시는 광역상수도를 통해 충분한 물을 공급받는 만큼 두 취수장을 폐쇄하고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평택시는 취수원 다변화와 비상급수원 확보 차원에서 취수장을 유지해야 하고, 지방상수도를 광역상수도로 전환할 경우 사용료 인상요인이 발생한다고 맞서고 있어 아직 갈등을 계속되고 있다.

이밖에 경기도는 내년 5월 완공 예정인 한탄강댐을 기능을 '홍수조절'에서 인근 지역 용수 공급을 포함한 '다목적'으로 전환해 줄 것을 수자원공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상류지역 철원군 주민은 침수지역 확대 및 안개로 말미암은 일상생활 및 농작물 피해, 두루미서식지 파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또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전남 보성강댐 방류 유역을 변경해 현재보다 더 많은 양을 방류, 전남 동부권 지역 용수난을 해결하는 내용의 '보성감댐 운영합리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보성강 하류 지역인 고흥과 보성지역은 방류 변경으로 농업용수 공급과 간척지 환경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상태다.

◇ "수혜지역이 피해지역에 대가 지불해야"

이같은 물 관련 분쟁은 지방분권화로 인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따라서 수혜지역 주민들이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대가를 지급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상대 이태삼(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방분권화가 되면서 지자체들의 수자원 관리·소유권에 대한 인식이 '국가'에서 '우리 지역'으로 바뀌면서 물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갈등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물에 대한 '공공 소유권'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 물을 가져다 쓸 때 적절한 대가를 지급, 피해지역 주민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적 장치가 확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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