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계약'…비리업체→다른 비리업체로 넘어간 한전 공사


한전이 입찰비리에 연루된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그 공구에서 발생한 공사를 또 다른 비리 혐의자에게 주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졌다.

부정 입찰과 뇌물 등 비리의 중심이 된 한전은 "법과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궁색한 해명을 하고 있다.

한전 광주·전남본부는 전산 시스템 입찰비리와 관련해 구속기소된 업자 2명이 운영하는 업체들이 맡아온 광주·전남 6개 공사의 계약을 무효로 하고 입찰공고를 새로 냈다고 22일 밝혔다.

해지된 계약은 대개 2년을 기간으로 그동안 발생하는 해당 공구의 공사를 업체가 전담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계약해지된 곳 중 하나인 나주 고압 B 공구에서 불거졌다.

한전은 지난 2월 26일 계약해지 후 이 공구에서 발생한 전기 공사 100여건(총액 5억3천여만원)을 인접한 A, C, D 공구를 맡은 업체들에 배분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35건(총액 1억6천700여만원)이 할당된 D 공구 계약 업체는 한전 직원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최근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업자가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업자와 공모해 한전 직원들에게 전달한 뇌물액만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억6천만원에 달한다.

이 업자는 지난 2월 16일 한전 직원 7명(구속 5명), 업자 6명(구속 4명)이 기소된 뇌물 사건의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지난 1월부터 2년간 나주 지역 공사를 맡았다.

결과적으로 비리 업자가 재판을 받는 동안에도 주변의 공사까지 따내 배를 불리고 있는데도 한전은 원칙 뒤에 숨어 있다.

운영지침상 공사업체가 부재했을 때 긴급한 전기공사는 인근 계약업체에서 해야 하고, 뇌물공여도 과거 계약기간 이뤄져 올해 1월 시작된 계약과 관련한 제재를 당장 할만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국가계약법이나 민법을 검토해봐도 당장 공사에서 배제하면 계약에 어긋난 것이어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며 "죄는 밉지만, 현재는 법과 절차를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당행위에 연루된 업체의 입찰 참여 제한이나 제재를 더 엄격히 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광주·전남 전기원지부는 이날 오전 광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한전 입찰비리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지부는 "한전 입찰비리는 국가계약체계를 흔드는 중대범죄이고 국민세금을 쌈짓돈으로 여기면서 뒷돈을 주고받는 고질적 부패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며 "입찰비리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비리업체들에 대해서는 전기공사업 등록취소 등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법·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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