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된 아우슈비츠 경비원 학살방조 재판 시작

수용자 가방 압수·회계 역할…"난 목격자일 뿐" 항변


이제 93세 노인이 된 아우슈비츠 경비원이 과거사 청산을 위해 법정에 끌려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학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오스카 그로닝의 공판이 21일(현지시간) 독일 뤼네부르크 법원에서 시작된다고 20일 보도했다.

그로닝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이 폴란드에 세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2년 동안 근무했다.

그는 수용자들이 기차를 타고 도착하면 짐을 압수한 뒤 금품을 따로 계산해 독일로 보내는 업무를 맡았다.

독일 검찰은 그로닝을 가스실 집단학살을 자행한 나치 정권의 공범으로 간주하고 기소했다.

그로닝은 그간 자신이 아우슈비츠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알리고 다녔다.

학살의 공범 혐의에 대해서는 "나는 큰 기계의 작은 톱니바퀴에 불과하다"고 항변해왔다.

그로닝은 10년 전 영국 BBC방송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이들에게 내가 실제로 본 가스실과 소각장을 를 증언하는 게 나의 책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에는 아우슈비츠 생존자 60명이 참석해 아우슈비츠 경비원이 단순한 목격자가 아니라고 주장할 계획이다.

생존자인 헤디 봄(86)은 "서기, 운전사, 요리사이든 관계없이 나치 정권이 굴리는 죽음의 기계가 작동하게 도왔다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검찰은 아우슈비츠 경비원들의 신원을 확인해 기소할 수 있는 이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헝가리에서 유대인 42만 5천여 명이 끌려와 30여만 명이 학살된 1944년 5∼6월에 아우슈비츠에서 근무한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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