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앙숙 관계' 터키·아르메니아 끌어안기 외교행보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기념식 방문하면서 터키 달래기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사건 100주년(24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러시아가 양국 모두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교묘한 외교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러시아의 이익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크렘린궁은 20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사건 10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아르메니아 방문(24일)을 앞두고 이번 방문이 러시아-터키 양국 관계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아르메니아 방문이 대학살을 부인하고 있는 터키의 반발을 살 것을 우려한 유화 제스처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행사(100주년 기념식)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것으로 해석돼선 안 된다"며 "러시아와 터키는 아주 긴밀하고 진전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관계는 상호 이익이 되는 굳건한 경제 협력에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동시에 "아르메니아도 우리의 이웃으로 수많은 관계로 러시아와 엮이어 있다"고 강조하고 아르메니아가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권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에 가입해 있음도 상기시켰다.

아르메니아와의 관계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러시아 지도부의 의지를 강조한 발언이었다.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사건은 러시아와 양국 관계에서도 민감한 현안이 되고 있다.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사건은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중인 1915~18년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이 자국 내에 거주하던 아르메니아인 최대 150만 명을 학살한 사건을 말한다.

아르메니아는 이 사건을 인종학살(genocide)로 규정하고 터키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터키는 전시에 발생한 불가피한 사건이고 사망자도 30만 명 정도로 인종학살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인종학살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러시아가 터키와의 협력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면서 무작정 터키를 몰아세울 수 없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터키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악화한 유럽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터키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하고 양국 관계 강화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이 회담에서 당시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 노선 다변화를 위해 추진 중이던 흑해 해저 관통 유럽행 가스관 '사우스 스트림' 사업을 접고 대신 터키를 경유하는 '터키 스트림' 가스관을 건설하기로 터키 측과 합의했다.

러시아는 이후 자국 남부에서 흑해 해저를 통해 터키 서부 지역으로 연결되는 터키 스트림 가스관을 부설하고 터키와 그리스 국경 지역에 유럽 국가 공급용 가스 허브를 건설하는 새로운 가스관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터키와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아르메니아는 역시 푸틴 대통령이 역점 사업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옛 소련권 경제공동체 EEU를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나라다.

푸틴 대통령은 2013년 12월 아르메니아를 방문해 양국 경제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하면서 아르메니아의 EEU 가입을 설득했고 아르메니아는 결국 올해 초 출범한 EEU의 회원국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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