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물이 궁금해'…키르기스서 미국 대형 외교행낭 논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미국 대사관이 외교행낭을 통해 대규모 물품을 들여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외교행낭은 본국정부와 재외공관 사이에 문서 등을 주고받는 가방 또는 화물입니다.

키르기스 주재 미 대사관은 지난달 28, 30일 두 차례에 걸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출발한 우크라이나 소속 대형 화물기 'AN-124'로부터 외교행낭을 전달받았습니다.

문제는 그 규모가 각각 78톤, 74톤으로 이례적이어서 내용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이와 맞물려 2013년 11월 말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미 대사관도 대형 수송기를 통해 대규모 외교행낭을 받았던 사실이 새삼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키르기스 미 대사관이 받은 이번 외교행낭에 키르기스에서 반정부 시위를 지원할 물품 또는 각종 첩보 장비가 들었을 것이라는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고 '유라시아넷'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앞서 일부 러시아 언론은 키예프 미 대사관이 외교행낭을 통해 반정부 시위에 필요한 물품을 받아 당시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을 지원했으며 결국 야누코비치가 축출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외교행낭을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자 키르기스 미 대사관은 서둘러 "새로운 대사관 건물을 짓기 위한 건축 자재"라고 밝히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그러나 국제법상 타국의 외교행낭은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어 키르기스에서는 관련 소문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악화한 키르기스와 미국의 외교관계를 그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랜 동맹이던 키르기스는 최근 친 러시아로 돌아서며 미국과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키르기스는 러시아의 요청으로 자국 내 주둔하던 미군기지를 지난해 폐쇄했습니다.

이에 미국은 키르기스가 러시아의 입김으로 도입 예정인 '반 동성애법'을 강하게 비난했고 키르기스에서는 미국이 내정에 간섭한다며 반미 여론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11월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가 키르기스를 방문하자 현지에서는 항의시위가 잇따랐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키르기스와 러시아는 관세동맹(옛소련권 경제공동체)", "미국은 사람을 좀비로 만든다", "미국은 내정에 간섭 말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지금의 음모론도 키르기스가 친러로 돌아서자 미국이 현지에서 친미 정권 수립을 위해 작업을 할 것이라는 의혹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한편, 현지 외교가에서는 "외교행낭의 규모는 제한이 없으나 한 번에 수백 kg 정도 오가는 것이 통상적"이며 "내용물은 대부분 서류나 대사관 및 산하기관의 비품"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번 경우는 워낙 대규모라 의혹이 나올법하다"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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