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 설정" 유도해 훔친 신용카드로 인출 '꿀꺽'

한 가지 비밀번호 여러 곳에 쓰는 습관 악용


다양한 핑계로 비밀번호 재설정을 유도하는 수법으로 훔친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알아내 수천만 원을 가로챈 60대가 경찰에 꼬리가 잡혔습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상습절도 및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방 모(60)씨를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방 씨는 작년 12월 25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의 한 음식점에 "화장실 좀 쓰자"고 들어간 뒤 종업원 탈의실에서 이 모(57·여)씨의 신분증과 신용카드를 훔쳤습니다.

식당 인근 공중전화 부스로 자리를 옮긴 방 씨는 보건소 직원인 양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보건증이 만료됐으니 연장을 위한 비밀번호를 설정하라"고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보건증 연장을 위한 비밀번호 따위는 없다"며 "이를 알지 못한 이 씨가 신용카드 비밀번호로도 쓰는 번호를 불러줬고, 방 씨는 이를 이용해 현금 400만 원을 찾았다"고 전했습니다.

방 씨는 이런 수법으로 작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피해자 7명의 신용카드로 약 2천만 원을 인출했습니다.

방 씨는 보안이 허술해지는 점심시간대 사무실과 한가한 시간대의 식당, 미용실을 주된 범행대상으로 삼았으며, 피해자의 직업 등에 맞춰 '보건증 갱신', '사원증 재발급', '카드 재발급' 등 다양한 핑계로 비밀번호를 알아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실패한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평소 자주 쓰는 비밀번호를 불러줬다가 피해를 봤다"며 "한 가지 비밀번호를 여러 곳에 쓰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비밀번호 등을 전화로 설정하라는 요구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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