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게 없어 호구지책이 도둑질'…생계형 상습절도범

서울 일대서 1년 넘게 51건 절도…손에 쥔 돈은 500만 원뿐


지난달 26일 홀쭉한 체형에 남루한 차림의 남성이 서울 강서경찰서에 압송돼 들어왔습니다.

상습절도 혐의로 체포된 김 모(41)씨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무표정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태어날 때부터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김 씨는 집이 없고 몸을 맡길 가족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돈도 없었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사회부적응자라고 했습니다.

부모가 없는 김 씨는 어릴 때부터 생계를 위해 절도를 일삼을 수밖에 없었고 소년원과 교도소를 제 집처럼 오갔습니다.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을 길이 없기에 친구도 없었습니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소년원에서 배운 용접기술로 김 씨는 한때 공사판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과자라는 사실이 탄로 나 동료에게 '왕따'를 당한 경험을 한 이후 다시는 용접기를 잡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뿌리 없는 부초같은 존재였습니다.

출소하고서 충북에 사는 유일한 피붙이인 누나 집에 몸을 맡기기도 했지만 이내 싸우고 쫓겨나 작년 1월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김 씨의 집은 찜질방과 만화방이었습니다.

특히 만화방은 1만 원 남짓한 돈으로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보낼 수 있어 자주 들락거렸습니다.

밥은 먹고 살아야 했지만 용접기술을 다시 쓸 생각은 없고, 그렇다고 다른 직업을 소개받을 연줄도 없었습니다.

유일한 호구지책은 절도 기술이었습니다.

그의 수법은 단순했습니다.

주머니에 돈이 떨어지면 영업시간이 끝나 불이 꺼진 식당의 열린 출입문이나 창문 틈으로 침입해 돈통에 남아 있는 돈을 들고 나오는 식이었습니다.

허술한 수법이기에 허탕을 치기 일쑤였고, 고작 5천 원만 들고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지난달 2일 오전 5시 김 씨는 오랜만에 '대박'을 낚았습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순댓국밥 집의 가로·세로 60㎝ 창문 틈으로 침입해 27만 원을 챙겼습니다.

하지만 이 대박이 김 씨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국밥집 주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추적에 나선 것입니다.

추적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폐쇄회로(CC)TV 분석 등으로 경찰은 김 씨가 경기도 안양의 한 만화방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바로 검거했습니다.

김 씨는 체포되기 직전에도 만화방에서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웃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1년 넘게 서울 시내 일대에서만 절도 51건을 저지른 김 씨가 손에 쥐었던 돈은 모두 합해서 고작 500여만 원이었습니다.

워낙 소액이었던 탓에 신고가 들어온 건은 5건에 불과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훔친 돈은 전부 숙식을 해결하는 데 사용한 전형적인 생계형 범죄였다"라며 "누군가 김씨에게 관심을 갖고 손을 내밀었다면 이렇게 범죄에 의지해 허송세월하지는 않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김 씨를 구속하고 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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